"신고리 공론화 조사표본, 지지정당·소득분포 불균형"
공론화위 검증위 집담회…"대국민 홍보는 성공, 내부 소통엔 실패"
김지형 공론화위원회 위원장 "약점 있어도 공론화 포기할 순 없어"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을 점검한 검증위원회가 집담회를 열어 공론화 과정에서 나타난 '소통 실패', '표본 분포 불균형' 등의 문제점을 점검했다.
특히 공론 조사 표본의 직업군, 지지정당, 소득군 분포가 불균형을 이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론화위 검증위원회는 11일 서울대 사회발전소연구소 주최로 이 대학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성과와 교훈' 국가정책포럼에서 소통·조사·숙의·제도 분야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9월 공론화 과정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검증위원회를 구성한 공론화위는 이달 말 출간하는 백서에 검증위원회의 보고서를 포함할 예정이다.
검증위원회에는 김석호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소장을 대표로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소통부문), 박민규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조사부문),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숙의부문),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법·제도부문) 등이 참여했다.
소통 분야 검증을 맡은 박원호 교수는 "공론화위 소통분과위원회가 카드뉴스 만들기 등을 통해 대국민 홍보에는 성공했지만, 시민참여단과의 내부 소통에는 실패했다"며 "공론화위에서 시민참여단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통은 쌍방향성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설 재개 또는 중단을 결정하는 시민참여단이 절차와 과정에 의문이 있을 때 답을 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 분야 검증을 맡은 박민규 교수는 "이번 공론 조사 표본의 직업군, 지지정당, 소득군의 분포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랐다"며 "정당지지 분포는 더불어민주당 지지 46.1%, 자유한국당 지지 10.4%였다. 또 40% 이상이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표본의 분포가 일반적인 국민의 분포와 일치했다고 할 수 없었다"며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음에도 이런 불균형이 나온 것을 고려하면, 공론 조사를 모든 영역에 활용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숙의 분야를 검증한 한규섭 교수는 "공론 조사가 조사의 엄밀성에 치중하다 보니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부족했다"면서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아닌 제3의 기관이 공론 조사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은 "국민 의견을 묻는 공론화에 비용이 과다하다거나 선동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더라도 (다른 영역에서) 공론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론화 과정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비판이 있지만, 사회적 갈등이 확대되고 재생산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균형적인 시각을 시민참여단에 제공하면 선동의 가능성도 줄이고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론화위는 원전 건설 재개와 중단을 결정하는 역할과 함께 양측의 의견을 조정하는 역할도 했다"며 "제3의 절충적 의견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를 제일 염두에 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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