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방, 시리아 내 IS 격퇴두고 서로 "우리 공로" 공방
佛 "러시아가 성과 독차지하려" vs 러 "서방이 공로 도용 시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시리아 내전에서 각각 정부군과 반군 지원에 주력해온 러시아군과 미국 주도 국제동맹군이 현지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 성과를 두고 서로 자신들의 공로라며 다투고 있다.
설전(舌戰)의 포문을 연 건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이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르드리앙은 앞서 지난 8일 자국 TV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시리아 내 IS 격퇴 공로를 독차지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시리아 내 IS 테러리스트들은 국제동맹군이 격퇴했다"면서 "러시아군은 바샤르 알아사드(시리아 대통령) 세력을 지원했고 뒤늦게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 해방이라는 성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도 이에 앞서 지난 5일 유프라테스강 연안의 시리아 영토(데이르에조르 지역)를 테러리스트들로부터 해방할 가능성이 생긴 것은 대부분 러시아가 아닌 미군의 공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서방의 주장에 러시아 외무부가 발끈하며 반박에 나섰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서방이) 미국 내 우리 자산을 점령하고 소치 올림픽 메달을 빼앗아가고 이제 군사 공로까지 도용하려 하고 있다. 제발 그만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의 성과는 (여전히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 리비아, 아프가니스탄이니 그거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러시아 국방부도 "지금까지 (미국 주도의) 국제동맹군은 시리아 정부군과의 대치에 집중했다"고 꼬집으면서 "IS 격퇴는 러시아가 지원한 시리아 정부의 공"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은 앞서 지난 6일 시리아에서의 대규모 군사작전을 사실상 완료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총참모장 발레리 게라시모프는 이날 자국 주재 외국 무관들을 위한 연례 브리핑 자리에서 시리아 내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모든 부대가 제거됐고 시리아가 테러리스트들로부터 해방됐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국방장관이 (시리아) 테러리스트들을 완전히 궤멸시키면서 유프라테스강 동서안 작전이 마무리됐다고 보고했다"면서 시리아 작전 완료를 주장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반군과 싸우는 시리아 정부군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며 내전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시리아 내 IS 조직 격퇴를 위한 대(對)테러전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서방은 러시아가 IS 세력이 아니라 알아사드 대통령의 정부군에 맞서 싸우는 반군 공격에 주력한다며 비판해왔다.
시리아 정부군을 도와 내전을 사실상 승리로 이끈 러시아는 중동의 맹주인 이란, 터키 등과 손잡고 시리아 휴전과 전후 복구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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