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훈련환경 개선을" 컬링 외국인코치, 연맹에 호소

입력 2017-12-11 13:46
"대표팀 훈련환경 개선을" 컬링 외국인코치, 연맹에 호소

"이동거리 3시간…올림픽 준비할 수 없는 환경" 편지로 지적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컬링 대표팀이 지난달 27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훈련환경을 개선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한 지 2주일이 지났다.

대표팀은 "여전히 올림픽 준비에는 열악한 환경"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10일 대표팀에 따르면, 보다 못한 외국인 코치들도 장문의 편지로 환경 개선을 호소하고 나섰다.

남자 컬링 대표팀의 밥 어셀 코치와 여자 컬링 대표팀의 피터 갤런트 코치는 지난 8일 대한컬링경기연맹에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캐나다 출신인 이들은 컬링 대표팀이 올해 태극마크를 달기 전인 3년 전부터 경북체육회 컬링팀에서 활동하는 코치들이다.

이들은 편지에서 "컬링 남녀 국가대표팀 외국인 코치로서 대표팀이 최선의 환경에서 2018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를 바란다"며 "그러나 이번 주 훈련 조건은 올림픽을 준비하기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도였다"고 밝혔다.

컬링 대표팀은 지난 4∼8일 서울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상태로 경기도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장에서 훈련했다. 선수들은 왕복 3시간 정도를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훈련했다.

코치들은 얼음 상태가 매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올림픽을 최선으로 준비하려면 반드시 올림픽 경기장 조건에서 훈련해야 한다"며 얼음이 일정 수준의 컬(스톤이 휘는 정도)과 스피드, 슬라이딩, 스위핑 수준을 일관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천훈련원 얼음에 대해 코치들은 "너무 두꺼워서 표면 온도를 조절하기 너무 어려웠다. 컬은 처음에는 심하게 휘다가 금세 쭉 뻗어 나갔다. 슬라이딩도 너무 빨리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스톤의 상태도 들쭉날쭉했다고 지적했다. 훈련 마지막 날에는 새로운 스톤을 받았지만, 올림픽 훈련 조건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훈련 공간과 시간도 부족했다고 밝혔다. 남자팀, 여자팀, 믹스더블팀이 팀당 1개의 시트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 선수가 스톤을 던지면 나머지 선수들은 그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동 거리가 너무 긴 데다가 오전·오후 훈련 사이에 2시간 30분이 붕 뜨는 바람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수촌에 들렀다가 오기에는 너무 짧고, 이천에 머물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에 한 번만 훈련하기로 했다. 그래도 버스에서 3시간을 허비했다. 이는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코치들은 "이런 환경에서는 올림픽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며 "선수들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연맹과 행정가들은 팀이 되도록 최고의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외국인 코치들을 비롯한 남녀 컬링 대표팀은 지난 8일 태릉선수촌에서 퇴촌했고 오는 14∼17일 일본 가루이자와에서 열리는 국제 컬링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그러나 믹스더블 대표팀은 이 기간 태릉선수촌에 머문다.

대표팀 관계자는 "차라리 이천에서 아이스 훈련은 안 하려고 한다. 몸이 기운 상태로 자세가 맞춰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얼음 문제인지, 스톤 문제인지, 선수의 자세나 기술 문제인지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훈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천의 사정도 이해는 한다. 휠체어 컬링과 일반 컬링은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답해했다.

또 "남녀 대표팀은 일본 대회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데 연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돌아오면 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 입촌할 예정이다.

진천선수촌 컬링장은 아직 시설이 완비되지 않았다. 대표팀 입촌 시기에 맞춰 완공할 예정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최소한 경북체육회 소속으로 쓰던 의성컬링센터 수준으로는 맞춰줬으면 좋겠다. 사익을 추구한다는 뒷말이 들릴까 봐 의성을 사용하지 못했다"고 토로하며 "우리 정말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컬링연맹은 파행 운영이 드러나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된 상태다. 지금의 연맹은 관리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연맹 관계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최은기 연맹 사무처장은 "관리를 맡을 때 보니 대표팀 장기 훈련 계획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컬링의 인프라가 워낙 부족하기도 하다"며 "가능한 한 최선의 조건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사무처장은 "진천선수촌은 권위 있는 해외 아이스메이커를 초청해 컬링장 시설을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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