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친구' 류허, 中 금융개혁 사령탑 역할 부총리 맡는다
부총리 전원 물갈이…한정 상무부총리에 후춘화·쑨춘란 유력
이달말 '시진핑 2기' 경제청사진…지방 부채감축·국유기업 개혁 핵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경제 브레인인 류허(劉鶴·65)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부총리를 맡아 금융개혁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SCMP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차기 지도부를 확정한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결과 4명의 현직 부총리는 모두 물러나고 새 인물로 채워지게 된다.
장가오리(張高麗)가 맡은 상무부총리는 한정(韓正) 전 상하이시 서기의 임명이 유력하다. 후춘화(胡春華) 전 광둥성 서기는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에 오른 왕양(汪洋) 부총리의 뒤를 이어 농업·상업·무역 등을 맡을 전망이다.
쑨춘란(孫春蘭) 중앙통일전선부장은 류옌둥(劉延東) 부총리의 후임으로 교육·과학·문화·건강 등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마카이(馬凱) 부총리의 뒤를 잇는 류허는 은행·증권·보험 부문을 모두 총괄하는 초강력 감독기구 '금융안전발전위원회'의 주임도 함께 맡아 금융개혁의 사령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샤오제(肖捷) 재정부장은 국무위원 자리에 올라 현재 양징(楊晶)이 맡는 국무원 비서장 자리를 물려받게 될 전망이다.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으로 리커창(李克强) 총리 계열인 양징은 204명의 당 중앙위원에도 선출되지 못했다.
재정부장에는 딩쉐둥(丁學東) 국무원 부비서장의 임명이 유력하다.
부총리 임명이 유력한 류허는 1960년대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 101 중학에서 시 주석과 친구로 만나 지금까지 친분을 맺어오고 있다.
시 주석처럼 류허도 '지식청년'으로 농촌에 하방(下放)된 경력이 있으며, 이어 3년간 중국군 최정예부대인 38군에 입대해 복역했다. 그 후로는 경제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중국 인민대 공업경제과를 마치고 유학길에 올라 미국 시턴홀대 경영학 석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MPA) 학위를 받은 다음 귀국 후 경제이론 수립과 정책 연구에 참여했다.
1991년부터 15년간 경제개발 5개년 정책 수립에 참여하며 마오쩌둥(毛澤東)식 계획경제에 의존해온 관료들에 맞서, 1990년대부터 시장에 기반을 둔 경제정책을 주장해왔다.
2003년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에 임명된 후 주룽지(朱鎔基), 원자바오(溫家寶), 리커창(李克强) 등 3명의 총리 밑에서 경제개혁의 최일선에 몸담고 있다.
지난해 5월 톰 도닐런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중 정상회담 의제 조율차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이 류허와의 만남을 주선하면서 "류허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다.
류허가 부총리에 임명되면 그의 최우선 과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방정부의 부채와 은행권 악성 부채를 해결하고, 거대한 공룡처럼 몸집만 불렸을 뿐 경쟁력은 떨어지는 국유기업을 개혁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이달 말에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나올 시진핑 2기의 경제 청사진이다.
1994년부터 매년 말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모여 재정, 통화, 금융, 산업, 부동산, 투자 등 경제 각 방면의 다음 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이다.
중앙경제공작회의의 정책 기조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 8일 열린 시 주석 주재의 정치국 회의에서는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3개 경제 과제로 '금융위기 해소', '탈빈곤', '환경보호'를 꼽았다.
또한, 최근 수년간 폭등한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꾀하고자 주택제도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저우하오(周浩) 독일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중앙경제공작회의의 초점은 무엇보다 중국 경제에 만연한 '거품'을 제거하는 것에 맞춰질 것"이라며 "갈수록 악화하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국유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주요 과제로 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고자 중국 정부는 통화 완화정책을 채택했고, 그 결과 광의의 통화량을 뜻하는 'M2'는 2002년 18조5천억 위안(약 3천조원)에서 올해 9월 말 165조6천억 위안(약 2경7천조원)으로 급팽창했다.
그 결과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가계·기업·지방정부의 부채가 모두 급증해 중국 경제 전반에 거품이 만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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