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이상과 현실…제1차 한중시인회의 개최(종합)
중국 문인 5명 초청…정현종·이시영·천양희·김명인 시인과 번역 논의
(청송=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한국과 중국 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시를 이해하고 번역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경상북도 청송군에 있는 객주문학관이 주최하고 청송군과 한국문학번역원이 후원하는 '제1차 한중시인회의'가 11일 청송 대명리조트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올해 10월 11회차까지 열린 '한중작가회의'를 마무리하고 이를 대신하는 한중 문학 교류 행사로 새롭게 마련됐다. 한국과 중국의 주요 문인들이 모여 서로의 문학을 나누는 유일한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객주문학관 명예관장인 대하소설 '객주'의 소설가 김주영, 문학평론가 홍정선 인하대 국문과 교수가 주축이 돼 한중작가회의부터 10년 넘게 이 교류 행사를 이어왔다.
양국 간 경색된 외교 관계 속에서도 지난 10월 중국 창춘(長春)에서 마지막 한중작가회의를 성사시킨 데 이어 이번 행사를 큰 어려움 없이 열게 됐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 문학계를 대표하는 원로 시인 정현종, 천양희, 김명인, 이시영을 비롯해 김주연, 홍정선, 오형엽 평론가가 참여했다.
중국 측 대표로는 현지에서 지명도가 높은 시인 수팅, 옌리, 쯔촨과 평론가 우쓰징, 쟝뤄수에 등 5명이 초청됐다. 중국 산둥성 출신으로 인하대에서 한국어문학 석·박사학위를 받고 중국 난징(南京)대 한국어문학과 전임강사로 재직 중인 서여명 씨가 이번 행사의 통·번역을 맡았다.
제1차 한중시인회의의 첫 주제는 '번역의 이상과 현실'이었다. 양국 시인들이 자신의 시를 낭독하고 다른 시인들의 작품에 대한 감상을 말한 뒤 번역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와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홍정선 평론가는 기조발제에서 한국 작품이 영미권 등 서양에서 현지의 구미에 맞는 표현을 위해 원작의 상당 부분을 손질 당한 사례를 지적하며 "한국과 중국은 이 같은 모습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양 문명과 동양 문명을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동등하게 가치 있는 문명으로 생각하면서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고 그런 모습을 번역에 반영시켜야 한다. 한국과 중국은 서로 가까운 이웃이면서 많은 유사성과 상당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며 "양국 텍스트에 대한 번역에서부터 문화의 동등성을 인정하는 번역의 윤리가 모범적으로 실천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계간 문학과지성 1세대 편집동인이자 독문학자로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지내기도 한 김주연 평론가는 "번역에 대해 딱 한마디만 해보라고 하면 나는 모든 번역자를 존경한다는 것이다. 모든 번역은 오역이고 문제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인데, 완벽한 번역이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번역가는 끊임없이 이상을 추구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소설가 김주영은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좋지 않지만, 한중 문인들이 10년 넘게 쌓아온 신뢰 덕분에 이 행사가 성사될 수 있었다. 북한 문제만 아니라면 한국과 중국은 오랜 세월 가장 친한 이웃으로 지내온 만큼 우리 문인들이 이렇게 앞장서서 우정을 다져갔으면 한다"고 중국 문인들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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