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비서실장 '특사' 자격 첫 외국행…靑, 확대해석 선긋기
靑 "중동파병 장병 격려·특사 역할만"…北 접촉설·원전일정 관측 일축
"'파병 장병 눈에 밟힌다'는 대통령 마음 전달할 예정"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외국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특사로 파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안팎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나왔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특사 파견은 2003년 참여정부 초대 문희상 비서실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축특사로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에 파견된 이후 14년 만이어서 '모종의 특별임무'를 띠고 갔을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에서였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임 실장이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와 레바논 동명부대에 가 있는 장병들을 격려하고 UAE 왕세제와 레바논 대통령을 예방하는 외교 일정을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청와대 주변에서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외국행 자체가 워낙 이례적인 탓에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많았다.
심지어는 임 실장이 현지에서 북측 인사들을 접촉하거나 원전과 관련한 현안을 다루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추측까지 나돌았다.
꼭 같은 사례는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선전부장을 만나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을 논의하고자 비공개로 접촉한 전례도 거론됐다. 임 전 장관은 이듬해에 대통령실장에 임명됐다.
더군다나 아크부대와 동명부대에는 불과 한 달 전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격려 방문을 다녀온 곳이어서 이 같은 추측을 키웠다. 국방장관이 다녀온 곳을 굳이 비서실장이 또 갈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물음표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파견 부대 방문이 주된 목적으로, 박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 외에 다른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이 최근 DMZ를 방문했을 때와 JSA 장병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국내 장병들은 언제든 격려할 수 있는데 열사의 땅에서 고생하는 장병은 눈에 밟힌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논의했는데 대통령이 직접 가는 일정을 예상할 수 없으니 이른 시일 내에 대통령 마음을 직접 전달할 사람이 가는 게 좋겠다 해서 임 실장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서주석 국방부 차관,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에 청와대 행정관 두 명을 대동하고 민항기 편으로 현지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병들에게 준 선물로는 문 대통령의 사인이 들어간 벽시계를 가져갔다고 한다.
'북한 관계자를 접촉하거나 원전 관련 일정처럼 공개하지 않은 일정은 없는가'라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그런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사로 파견됐을 때 민감한 '미션'을 들고 출국한 적은 거의 없었다.
2003년 문희상 비서실장 사례에 앞서 1997년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에 특사로 파견한 김용태 비서실장은 김 전 대통령의 친서를 전하고 당시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불참하게 된 데 양해를 구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이범석, 함병춘 비서실장 등을 수차례 특사 자격으로 외국에 보냈는데 대부분 다른 나라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거나 현지 지도자를 예방해 전 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수준의 임무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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