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해 말아야 해'…통합론 고민, 국민의당 광주·전남 당원들

입력 2017-12-10 14:47
'해야 해 말아야 해'…통합론 고민, 국민의당 광주·전남 당원들

반대 목소리 크지만 찬성 의견도 많아…"싸우지 말고 결정은 빨리"

지역 당원들 "계란 투척은 당을 망치는 해당 행위"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데 대해 우리 동네에서는 마냥 반대만 있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 봐요"

국민의당 당원인 A씨는 10일 오후 광주 조선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1박 2일 광주 전남방문을 바라보며 불쑥 한마디 던졌다.

자신을 통합논의의 '중립'이라고 표현한 A씨는 "여기서는 모이기만 하면 통합논의 반대하고 통합론자들을 욕해서 반대만 있는 줄 알았다"며 "어제 전남 당원 간담회나 오늘 목포 마라톤대회, 광주 토론회를 보니 내 생각이 틀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의외로 통합에 긍정적인 광주 당원들도 꽤 있었다"며 "통합반대는 기존 조직선거를 많이 하셨던 분들의 의견인 것 같다"고 전했다.

A씨는 "당원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통합하든 안 하든 싸우지 말고 선거 다가오기 전에 중앙당에서 하루라도 빨리 결정을 내려 혼란스런 모습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통합하면 지방선거 호남 전멸'이란 걱정도 지나친 기우라는 의견도 있었다.

광주의 한 지역위원회 당직을 맡은 당원 B씨는 "바른정당 이미지가 광주전남에서 나쁘지만은 않다"며 "시장이나 도지사를 제외하면 지방선거는 대체로 인물 위주로 유권자 선택이 이뤄지는 만큼 경쟁력을 갖춘 후보들을 내놓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큰 목소리는 통합반대 측에서 나왔다.

내년 지방의원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C씨는 "통합찬성은 지역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거나 외면하는 것"이라며 "바른정당과 통합한 뒤 국민의당 명찰 달고 지방선거를 치르면 내년 선거에서 살아남을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전남의 한 지역위원회 당직자도 "왜 아직 그 당에 있느냐고 묻는 지역민들이 부지기수"라며 "여기에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바른정당과 합친다면 우리를 바라봐 줄 유권자들은 내년 선거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찬반 논란 속에 통합논의의 출발이 잘못됐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광주의 한 구의원은 "밑바닥에서부터 통합 찬반 논의를 만들어갔으면 이렇게까지 갈등이 깊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다들 민주주의를 말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일에는 민주주의가 실종되고 모든 것이 위에서만 결정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 대표 호남방문을 앞두고 불상사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엉뚱하게 박지원 전 대표가 계란 봉변을 당한 것 외에는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날 조선대 토론회에서도 입장하려는 안 대표를 두고 통합 찬반으로 갈린 당원들이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불상사는 없었다.

전날 무안에서 열린 전남 당원 간담회에서도 우려했던 만큼의 통합론 반발이나 박주원 최고위원 건에 대한 안 대표 책임론은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광주시당 한 당직자는 "통합논의로 주목받는 마당에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면 당에 해만 될 것이란 인식이 당원들 사이에 깔려 있어 서로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목포 마라톤대회에서 발생한 박지원 전 대표 계란 봉변에 대해서는 "해당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강하게 비난하는 당원들이 많았다.

마라톤대회 행사에 참석하고 광주로 올라왔다는 한 당원은 "안 대표를 좋아한다고 해서 통합에 반대하는 박 전 대표를 박해하는 행동은 국민의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당을 구렁텅이에 몰아넣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꾸짖었다.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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