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집에 가자…" 크레인 사고 유족들 슬픔 속 장례 준비

입력 2017-12-10 14:26
"이제 집에 가자…" 크레인 사고 유족들 슬픔 속 장례 준비

사망자 3명 가운데 2명은 부산, 1명은 의정부로 빈소 옮겨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권준우 기자 = 지난 9일 용인 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어 수원과 용인 장례식장에 각각 분산 안치됐던 희생자들이 10일 주거지 인근 장례식장으로 옮겨진다.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던 장모(49)씨는 이날 오후 부산 시민장례식장으로 이송됐다.

장씨의 고향은 대구지만, 유족들은 "가족과 친척, 친구들이 부산에 있다"라며 검사 지휘로 시신을 인계받자마자 부산으로 향했다.

전날 부산에 있던 가족들은 장씨의 동료 등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자정이 넘은 시각이 돼서야 아주대병원에 도착했다.

장씨 유족은 "지난주 일요일에 (장씨와) 만났을 때 '내일 출장 간다'고 했는데, 그게 용인에서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인 줄은 몰랐다"라며 "'크레인 일이 위험하다'며 말린 가족들을 생각해서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은 것 같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고등학생 아들을 둔 성실한 가장이었다"라며 "크레인 작업이 위험하다며 그만두고 조선소에서 일했는데 요즘 그쪽 경기가 안 좋아지니 다시 크레인 일을 시작한 듯하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날 용인 강남병원에 안치됐던 박모(38)씨의 시신도 이날 오후 고향인 부산의 한 장례식장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박씨는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군소리 하나 없이 묵묵히 집안에 보탬이 되던 아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타워크레인 설치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10여 년 전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이 어려워지자 가족들의 생활비를 대기 위해서였다.

이날 강남병원에서 만난 박씨의 형(40)은 "그 어렵고 무서운 일을 하면서 불평 한 번 하지 않던 동생이었다"라며 "집안이 어려워졌을 때도 부모님에게 '군대에 있는 형에게 알리지 마라'며 스스로 짐을 짊어지고 크레인 일을 시작했다"라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던 동생은 작은 전셋집이라도 장만하고 싶은 욕심에 식을 미루다 지난해 결국 결별했다"라며 "이후 일에만 몰두해 전국의 공사현장을 돌다가 용인에서 일하던 친구의 권유를 받고 사고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장씨와 함께 아주대병원에 안치된 김모(55)씨 시신은 이날 중 의정부에 있는 한 병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김씨 지인은 "가족들이 의정부에서 수원까지 왔다 갔다 하기 힘들어서 우선 의정부에 시신을 안치한 뒤 오늘 합동감식 결과를 보고 나서 장례식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을 20년 동안 해온 베테랑으로 이직한 지 4일 만에 변을 당했다.

지난 9일 오후 1시 10분께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소재 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건물 34층 높이(85m) 타워크레인의 중간지점(64m)이 부러지면서 옆으로 넘어져 김씨를 포함한 근로자 7명이 75m 높이에서 지상으로 추락했다.

이 중 장씨 등 3명이 숨졌고, 4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이날 사고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용인시청 등과 타워크레인에 장비 불량 등 설비 결함이 있었는지, 사고 당시 현장 안전수칙이 잘 지켜졌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감식한다.

you@yna.co.kr, st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