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권운동가 류샤오보 부인 루샤 "나는 시체 같은 존재"
'톈안먼 어머니회' 대표 장셴링 남편 왕판디 별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 7월 간암으로 사망한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가 자신을 시체와 같은 존재로 표현하며 절망했다고 홍콩 명보가 10일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독일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작가 랴오이우(廖亦武)는 류샤가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타 뮐러의 시를 황색 종이 위에 직접 쓴 글의 사진을 전날 페이스북에 올렸다.
류샤가 쓴 이 시의 내용은 '나는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면 내 목은 뻣뻣해지고 움직일 수조차 없다/ 나는 중얼거린다/ 미칠 것 같고 너무 외롭다고/ 나는 큰 소리로 말할 권한도 없다/ 나는 식물인간처럼 살고 있다/ 나는 시체처럼 누워있다'이다.
류샤의 지인은 "이 시는 현재 류샤가 처한 암울한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외국으로 나가고자 도움을 청하는 류샤의 마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류샤는 류샤오보의 사망 후 외국으로 이주하길 원했으나, 7월 15일 남편의 장례식 직후 중국 당국에 의해 윈난(雲南)성 다리(大理)시로 강제 여행을 가면서 외부와 40여 일간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베이징의 자택으로 돌아왔으나, 정부에 의해 가택연금을 당해 외부와의 연락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류샤는 남편 류샤오보의 유품이나 서적 등을 보면서 극심한 슬픔에 빠져드는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최근에는 몸이 안 좋아 수술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명보는 전날 '톈안먼 어머니회' 대표 장셴링(張先玲)의 남편 왕판디(王範地)가 향년 84세로 별세했다고 전했다.
톈안먼 사태로 19살 아들을 잃은 장셰링과 왕판디는 다른 유족들과 함께 톈안먼 어머니회를 결성해 ▲톈안먼 사태 진상 조사 ▲희생자배상법 제정 ▲유혈진압 지시자 처벌 등을 요구해 왔다.
톈안먼 사태는 중국 정부가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 100만여 명을 무력으로 진압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말한다.
명보는 왕판디가 톈안먼 어머니회에 참여한 부모 중 세상을 떠난 49번째 유족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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