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부패와 전쟁' 박차…승승장구 실세·고위직 '추풍낙엽'

입력 2017-12-10 12:17
베트남, '부패와 전쟁' 박차…승승장구 실세·고위직 '추풍낙엽'

비리 공직자 잇단 해임·체포…국가지도부 권력기반 강화 관측도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베트남이 '부패와의 전쟁'에 박차를 가하면서 공직사회에 사정 한풍이 몰아치고 있다.

10일 베트남 공안부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딘 라 탕 전 공산당 정치국원 겸 호찌민시 당 서기장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의원직을 박탈당한 데 이어 공안(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2009∼2011년 국영 석유가스공사(페트로베트남) 이사회 의장을 맡았을 때 경영 부실과 비위로 회사에 큰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 페트로베트남건설이 추진한 화력발전소 사업과 관련한 횡령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페트로베트남 수장 이후 교통부 장관, 정치국원 등에 오르며 정권 실세로 주목받았지만 지난 5월 이런 비위 혐의가 드러나면서 정치국원과 호찌민시 당서기장 자리에서 모두 해임됐다. 정치국은 공산당의 최고 정책결정 기구로, 현직 정치국원이 해임된 것은 20여 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는 해임 얼마 뒤 공산당 중앙경제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정치적 생명은 유지하는 듯했지만 결국 형사처벌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앞서 공산당은 10월 응우옌 쑤언 아인 다낭시 당 서기장이 사기업들로부터 차량과 주택을 받아 쓰는 등 윤리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해임했다.

다낭시는 베트남 중부에 있는 대표적 관광도시로, 이곳에서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시점이어서 아인 서기장 해임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 졌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레 홍 히엡 연구원은 "베트남의 반부패 운동 강화를 시사하는 것"이라며 "탕 전 정치국원 기소와 함께 부패 척결 운동이 탄력을 받고 그의 재판이 다른 공직자들에 대한 조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온라인매체 VN익스프레스에 말했다.



지난 8월에는 호 티 낌 토아 산업무역부 차관이 국영 전자업체 대표로 재직할 때 은행 대출, 부동산 투자 등과 관련된 규정 위반으로 해임됐다.

찐 쑤언 타인 전 페트로베트남건설 회장은 이 회사에 1천억 원대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수배를 받자 독일로 도피했다가 지난 7월 붙잡혀 재판을 앞두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공직자 재산 감독 강화, 공직 활동의 투명성 제고 등 2020년까지 시행할 반부패 활동 계획을 최근 마련했다.

일련의 이런 조치를 놓고 베트남 당국이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를 단속하는 동시에 베트남 국가권력 서열 1위로 지난해 1월 연임에 성공한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등 현 국가지도부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현지 외교가는 보고 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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