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조니" 佛 국민가수 알리데 마지막 길 수만명 배웅
샹젤리제 거리 운구 행렬 후 장례식…전·현직 대통령 3명 참석해 추도사
AFP통신 "에디트 피아프 이후 이런 추모 열기 처음"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전설적 록가수 조니 알리데(영어식으로는 조니 할리데이)의 장례식이 사실상 '국장'(國葬)으로 치러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물론 알리데와 절친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도 모두 장례식에 참석해 고인을 애도했다. 프랑스 전체가 집단 상실감에 빠진듯한 분위기다.
9일(현지시간) 파리 시내에서 거행된 알리데의 장례식은 프랑스 대통령실(엘리제 궁)의 결정에 따라 정부가 '국민적 경의'(hommage populaire)를 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알리데의 시신은 파리 시내 에투알 개선문을 시작으로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파리 시내 마들렌 교회로 운구됐다.
운구 행렬은 평소 알리데가 좋아하던 할리 데이비드슨 모터사이클 등 오토바이를 탄 700여 명의 팬이 검은색 옷을 입고 함께했고, 수만 명의 프랑스 시민들이 샹젤리제 거리로 몰려나와 '프랑스의 엘비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어 마들렌 교회에서는 장례식이 엄수됐다.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마크롱 대통령은 유족들과 포옹한 뒤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했다.
그는 "조니는 우리의 일부였고 프랑스의 일부였다. 무대 위에서 우리를 위해 고통받았던 천재였다"면서 "조니는 가수를 뛰어넘어 생명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알리데의 마지막 결혼식에서 주례를 설 만큼 절친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조니는 프랑스인의 삶에 너무 중요한 사람이었고 행복의 이념을 대변했다"면서 "그의 죽음이 우리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남겼다"고 애도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 장 르노, 알리데의 전 부인인 배우 나탈리 베이 등 정계와 문화계 명사들이 다수 참석해 고인을 애도했다.
팬들은 마들렌 교회에 알리데의 거대한 초상화를 내걸었다. 일부 팬들은 장례식장인 마들렌 교회 앞에서 그의 노래들을 부르며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파리시는 에펠탑에 '고마워요 조니'라는 문구를 넣어 애도했고, 프랑스 방송사들은 일제히 정규방송을 보류하고 알리데의 장례식을 특별 생방송으로 편성했다.
이날 알리데의 장례식은 '국민적 경의'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전직 대통령이나 프랑스의 명예를 드높인 국민적 영웅급 인사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인 국장(國葬)으로 진행됐다.
이 같은 추모 열기는 1963년 별세한 프랑스의 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 이후 처음이라고 프랑스 공영 AFP통신이 전했다.
폐암으로 투병하다 74세를 일기로 지난 6일 별세한 알리데는 프랑스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전설적인 록 가수로, 흔히 영어로 발음한 이름 '조니 할리데이'로 널리 알려졌다.
프랑스 바깥에서는 인기가 많지 않았지만, 프랑스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국민 가수였다.
엘비스 프레슬리에게서 영감을 받은 그는 1950년대 말 샹송 전통이 지배하고 있던 프랑스에서 조용한 사랑 노래나 재즈풍의 음악만이 가능하다는 편견을 깨고 미국식 록음악을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앨범의 누적 판매량은 1억 장이 넘으며, 1997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재임 시절 프랑스 문화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최고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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