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순간인데…해경 상황실 대응 미숙 왜 반복되나
112·119 거쳐 신고 접수…어떤 대화 오갔는지 몰라 같은 질문도
해경 "신고 처리 과정 미숙했다, 개선방안 찾을 것"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해경이 인천 영흥도 낚시어선 충돌사고 초기 신고접수 과정에서 미숙하게 대처한 사실을 시인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9일 보도자료에서 "신고접수 처리 과정 등에서 미숙한 대처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하는 신고자 심모(31) 씨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경비함정 출동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줬어야 했는데 접수 요원 스스로 당황한 모습을 보인 것을 미숙한 대처로 보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6시 9분 심씨가 신고한 시간에는 해경이 이미 인천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정확한 사고 지점을 전달받고 경비함정 급파 지시까지 내린 때였다.
그러나 신고접수 요원은 혼잣말로 "뭐 어떤 상황…두 건 틀린 거야?", "아니 지금 근데 이게, 다른 배들이 이렇게 많이 지나가는데 왜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되지?"라고 하는 등 신고자에게 불안한 모습을 내비쳤다.
해경은 "당시 상황실의 신고접수 처리사항을 비롯해 구조 과정까지 철저히 조사해 책임 있는 관련자를 엄정 처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경이 경찰이나 소방당국보다 신고 전화를 먼저 접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긴박한 상황에서 엉뚱한 질문을 하는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을 전망이다.
현재 통합신고처리시스템상으로는 해양사고라고 해도 해경에 바로 접수되는 것이 아니라 소방 119를 거쳐야 한다.
해경이 2007년 7월부터 운영하던 해양사고 긴급신고전화 '122(원투투)'가 작년 10월 소방 119로 통합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안전처는 각종 신고전화가 기관마다 별도로 존재해 국민 생명이 걸린 결정적인 순간에 혼란을 유발한다며 긴급전화 통폐합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해경이 소방이나 경찰을 거쳐 신고전화를 접수하다 보니 신고자 입장에서는 다급한 상황에서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영흥도 낚싯배 사고 때도 신고자가 112에 먼저 신고했기 때문에 처음 4분 20초간은 인천경찰청 112상황실이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사고 위치, 사고 개요를 확인한 뒤 오전 6시 11분 해경을 호출, 3자 통화 방식으로 신고접수를 이어갔다.
112상황실과 신고자 간 대화에 뒤늦게 참여하게 된 해경으로서는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 수 없어서, 사고 개요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이 한 질문을 또 하게 될 수도 있다.
일부 언론은 해경이 신고자에게 위치를 반복적으로 물어봤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은 해경이 아니라 112상황실이 물어본 것이다. 해경이 3자 통화에서 위치를 물어본 것은 112상황실이 '용담리 앞'이라고 위치를 알려줬을 때 "어디 앞이요? 용담리 앞?"이라고 1차례 되물은 것이 전부다.
어쨌든 뒤집힌 배 안에서, 그것도 물이 목까지 차오른 밀폐된 공간에서 극한의 공포를 느끼던 신고자로서는 누가 됐든 비슷한 질문을 반복하는 상황에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은 세월호 사고 신고접수 때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에는 단원고 학생이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119로 조난 신고를 했고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이 신고를 접수했다.
해경은 소방 상황실 호출로 1분 35초 뒤 3자 통화 방식으로 신고를 접수하게 됐는데 신고자가 선원인 줄 알고 학생에게 사고 지점의 위도와 경도를 물었다가 후에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해경은 당시 침몰하는 배에서 신고가 접수됐다는 정보만 소방상황실로부터 전달받고 뒤늦게 대화에 참여한 탓에 신고자가 학생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처럼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같은 질문이 반복되는 상황을 막으려면 경찰이나 소방당국이 해양사고 신고를 접수하게 될 때 지체 없이 신속하게 해경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신고자가 해경 상황실 일반전화 번호까지 알긴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해양사고 신고가 112나 119를 거쳐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경찰·소방 당국과 협의해 해경이 더욱 신속하게 신고 접수에 참여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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