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숨진 경찰 순직 인정해달라"…청와대에 청원글

입력 2017-12-09 15:20
"근무 중 숨진 경찰 순직 인정해달라"…청와대에 청원글

아들 떠나보낸 아버지 애끊는 심정 담아…하루 사이 5천명 동의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파출소에서 근무하다가 갑자기 숨진 경찰관을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자 경찰관의 아버지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냈다.

9일 경북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고 최모(30) 경장의 아버지는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들 순직을 인정해주고 위험한 직무에 종사하다가 숨진 경찰관·소방관의 순직을 심사할 때 위험직무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올렸다.

이 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하루 사이에 5천명이 넘었다.

국민청원 1개월 안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최 경장 아버지 최모 씨는 "국가를 위해 최일선 현장에서 일하다가 죽음에 이르렀다"며 "국가가 아들 죽음을 지켜주지 못했다면 명예라도 지켜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청원 취지를 밝혔다.

최 경장은 지난해 경찰에 입문한 뒤 포항북부경찰서에 발령받았다.

그는 지난 9월 26일 오전 3시 15분께 포항 죽도파출소에서 근무하던 중 갑자기 코에서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전날 오후 6시 30분부터 야간 근무를 하며 폭행사건으로 출동했다가 오전 1시부터 숙직실에서 쉬던 중이었다.

특별한 지병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신체가 건강해 아무도 갑작스럽게 숨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경찰은 일선 경찰관이 잦은 야간 근무와 주취 민원 등으로 육체적, 심리적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 특성과 대기근무 중 사망한 점을 고려해 사망 당시 계급인 순경에서 1계급 특별승진을 추서하고 공로장을 헌정했다.

또 유족과 함께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승인을 신청했다.

경찰은 최근 최 경장이 공무집행방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심한 욕설과 폭행을 당하자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으면서까지 경찰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한 적도 있어 공무상 스트레스와 순직이 연관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달 22일 공무 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의학적으로 공무상 과로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순직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이번 결정에 경찰 내부에선 연금공단 측에 불만을 나타내는 의견이 많다.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버지 최씨는 "경찰이 된 지 겨우 1년이 지난 우리 ○○이가 야간근무하러 간다더니 싸늘한 주검이 되어 나타난 현실을 지금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찢어지는 비통함에도 가족들은 경찰 조직이나 국가에 대해 원망 한마디 하지 않았고 본인이 선택한 경찰이기에 하늘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순직 승인을 받기 위해 부검해야 한다는 말에 아내에게 비밀로 한 채 부검을 허락했는데 부검 결과 사인은 '내인사, 해부학적으로 불명'으로 나왔다"며 "공무원연금공단은 구체적 사실에 대한 충분한 확인도 없이 부검감정서만으로 우리 가족을 쓰러지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내인사는 질병 등 신체내적 원인에 의해 숨진 것으로 자연사·변사 등이 있다.

그는 이어 "동정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국가를 위해 일하다가 순직한 경찰관으로 기억되고 명예를 찾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시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모든 경찰관과 소방관 일이기도 한 만큼 국가는 이들 사망에 대해 순직 인정을 적극 검토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ds1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