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총리, 중국 경고 일축…'정치개입 논란' 강대강 대치(종합)
中 "편견…관계 훼손" 비난…호주 총리, 현 대응 기조 고수 천명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경제적으로는 긴밀한 관계지만 안보상으로는 앙숙과도 같은 처지인 중국과 호주 정부가 서로 강경한 어조로 '강 대 강' 대치를 하고 있다.
호주 정부가 국내 정치에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며 최근 강경 조처를 하기로 한 데 대해 중국 정부가 "편견"이라며 관계 훼손을 강력히 경고했으나, 호주 총리가 즉각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9일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엄중한 항의에도 호주를 위해 물러서지 않겠으며 위협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BC 방송 등 호주 언론이 보도했다.
턴불 총리는 전날 오후에 나온 중국 외교부의 반발과 관련, "현대 중국은 1949년, '중국 인민들이 결연히 일어섰다'는 말과 함께 건설됐고, 이는 주권에 대한 자기주장이며, 자부심에 대한 자기주장"이라고 중국어를 섞어 쓰면서 말했다.
턴불 총리는 이어 같은 의미에서 "우리도 '호주인들이 결연히 일어선다'라고 말하고자 한다"라고 선언하며, 중국의 위협에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턴불 총리는 또 "호주 정치에 외국의 개입이 있다"고 강조하고는 야당 중진 의원이 중국관련 스캔들로 두 차례 당직을 내놓은 일이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노동당의 샘 다스티야리 연방 상원의원은 자신의 법률비용을 중국인 후원자에게 떠넘겼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남중국해 정책을 옹호하고 중국인 후원자들에게 호주 당국의 도청을 경계하라고 조언한 것이 드러나 최근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턴불 총리의 발언은 중국 정부가 호주 정부와 언론이 지속해서 반중국 기류를 표출하는 것으로 판단, 작심한 듯 공세를 취하는 데 따른 공식적인 대응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턴불 총리가 이번 주초에 내놓은 외국의 정치개입과 관련한 발언과 대책에 "매우 놀랐다"는 반응과 함께 반중국 편견에 사로잡힌 것으로 양국 관계에 해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6일에는 호주주재 중국대사관이 호주 정부와 언론을 향해 냉전적 사고에 빠져 반중국 히스테리와 편집증을 보여주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턴불 총리는 지난 5일 중국을 겨냥, 호주 정치에 영향을 주려고 전례 없이 교묘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며 정당에 대한 외국의 기부행위 금지 및 로비스트 등록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이번 대립을 불렀다.
호주의 대중국 외교 기조에 강경책이 잇따르고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양국 일각에서는 무역 보복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호주에서 유독 중국인들의 기부나 공공 자산의 인수가 큰 문제가 되는 등 이중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며 호주가 중국과 강력한 경제관계를 지속하기를 바라면서도 전략적으로는 미국 쪽으로 편향된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호주전략정책연구원(ASPI)의 맬컴 데이비스는 "중국이 호주를 위협하려 한다"며 중국이 호주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고 미국과는 떼어놓으려 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단절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에서도 재계나 야당 일부에서 정부의 외교 기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턴불 총리가 현재 노선의 고수를 선언하면서 양국 간 냉기류가 어떤 쪽으로 이어질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게 됐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