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최장 100일' 파업 눈앞…칼자루 쥔 방통위 대응 주목

입력 2017-12-10 07:00
KBS '최장 100일' 파업 눈앞…칼자루 쥔 방통위 대응 주목

KBS본부노조, 릴레이 발언·위원장 단식 '벼랑 끝 시위' 돌입

'비리 이사 해임 건의하라' 감사원 통보에 방통위 '신중 모드'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경영진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지난 9월 4일부터 시작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본부노조)의 파업이 오는 12일 100일째를 맞는다.

KBS본부노조가 KBS 역사상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노사 양측은 각각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경영진 퇴진과 업무 복귀를 요구하고 있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10일 KBS와 KBS본부노조에 따르면 이번 파업은 지난 2012년 KBS본부노조가 진행한 95일간의 파업보다 길어져 사상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파업이 장기화되자 KBS본부노조는 지난 5일부터 모든 조합원이 참가하는 24시간 릴레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또 성재호 KBS본부노조 위원장과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7일부터 함께 KBS 이사들의 해임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KBS본부노조가 '벼랑 끝 시위'에 돌입한 이유는 KBS 이사회 이사들의 실질적 임면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KBS 관리·감독 기관인 KBS 이사회는 여권 추천 7명, 야권 추천 4명 등 총 11명의 이사로 구성되며, 이사는 방통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재 KBS 이사회는 지난 10월 11일 야권 측 이사인 김경민 KBS 이사가 사퇴하면서 여권(구 야권) 추천 4명, 야권(구 여권) 추천 6명으로 구성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 KBS본부노조와 보수단체들은 KBS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감사해달라며 감사원에 요청했고 감사원은 지난달 24일 이사진 전원이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이 의심되며 이사 9명은 업무추진비를 개인물품 구입, 개인 동호회 활동경비 등으로 부당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방통위에 "비위의 경중을 고려해 재직 중인 KBS 이사 10명에 해임 건의 또는 연임 배제 등 적정한 인사 조처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만약 방통위가 KBS 야권 이사 가운데 1명 이상을 해임해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하고 보궐 이사들을 새로 추천한다면 KBS 이사회는 여권에 유리하게 재편될 수밖에 없다.

KBS 이사회 재편 시 고대영 KBS 사장은 김장겸 전 MBC 사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MBC의 대주주이자 MBC 사장 임면권을 행사하는 방송문화진흥회는 지난 9월과 10월 야권 측 이사였던 유의선 전 이사와 김원배 전 이사가 연달아 사퇴하고 보궐 이사에 여권이 추천한 김경민, 이진순 이사가 임명됐다.

방문진은 이후 김 전 사장의 해임안을 상정했고 지난달 13일 해임안이 가결되며 김 전 사장은 결국 해임됐다.

방통위는 감사원 요청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방통위원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최종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달 27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이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나"라며 "국가권력으로 공영방송 개편돼도 방송의 독립성 지켜낼 수 있나. 회의적이다"고 비판했다.

이에 고삼석 상임위원은 "정치적 논리를 개입시킬 필요 없고 법과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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