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월한 韓 국민부담률…"상승은 불가피, 문제는 속도"
44년 만에 배 이상 오른 26.3%…선진국형 경제로 갈수록 더 올라갈 듯
文정부들어 국민부담률 상승세 더 빨라질 수도…"사회적 합의 중요"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지난해 한국 국민부담률이 크게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26%를 넘어서자 상승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회원국 국민부담률이 평균 0.3%p(포인트) 상승하는 동안 한국은 무려 1.1%p 상승, 26.3%를 기록했다.
한국 국민부담률 상승 폭은 2007년 1.2%p 이후 9년 만에 가장 크다.
국민부담률이란 한해 국민이 내는 세금(국세+지방세)에 사회보장기여금(국민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을 더한 뒤 이를 그해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다.
전문가들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복지 수요 확대 등으로 인해 국민부담률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조세 형평성 개선을 통해 상승 속도를 조절하고, 미리 사회적 합의를 갖춰야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 한국 국민부담률 44년 만에 13.9%p 상승
한국 국민부담률은 1972년에는 12%에 불과했다. 당시 미국이 24.4%, 독일이 33.5%, 노르웨이가 38.6%, 덴마크가 39.1%로 차이가 컸다.
이후 1976년 16.2%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5%를 넘었고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21.5%를 기록하며 20%대에 진입했다.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년 국민부담률은 22.7%였고, 이어 이명박 정부 1년차인 2008년에는 24.6%였다.
이후 국민부담률은 23∼24%대를 유지했으나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는 꾸준히 상승해 26%대에 올라섰다. 44년 사이에 13.9%p 높아진 것이다.
국민부담률은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 상대적 규모에 따라 달라지며 특히 조세 제도 변화에 따라 크게 영향받았다.
예를 들어 종합부동산세 시행 2년 차인 2006년에는 국민부담률이 23.6%로 전년도보다 1.1%p 상승했고 2007년에는 1.2%p 뛰었다.
2006년과 2007년에 종부세 부과액 급증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OECD 주요 국가와 격차는 꽤 줄었다.
작년에 미국은 26.0%를 기록해 한국에 역전당했다. 독일, 노르웨이, 덴마크는 각각 37.6%, 38.0%, 45.9%를 기록했다.
◇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부담률 더 오를 듯…저출산 고령화 등은 가속 요인
문재인 정부 5년은 국민부담률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법인세·소득세 최고 세율이 인상됐고 공무원 증원 등에 따라 누진적으로 늘어나는 인건비와 연금 부담도 세금으로 충당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도 명확한 시한을 못 박지 않아 앞으로 작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건강보험 급여 대상 확대로 건강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큰 점도 국민부담률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상향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9% 보다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재정 소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1년까지 재정지출 증가율을 경상 성장률(5%내외)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 재정지출 증가율은 2017∼2021년 연평균 5.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6∼2020년 계획상 연평균 3.5%보다 확대된 것이다.
정부는 대신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국민부담을 덜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방침이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 구조 요인까지 고려하면 국민부담률 상승 속도를 늦추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경제가 고도화하고 인구 구조적으로 활력이 떨어지는 선진국형 경제로 옮겨갈수록 재정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국민부담률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국민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 전문가들 "상승은 자연스럽다…속도·사회적 합의 중요"
전문가들은 소득 재분배, 균형 발전, 사회복지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국민부담률 상승은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근대화 과정에서는 한국이 성장 중심 경제 노선을 택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국민부담률은 결국은 사회복지 수준과 같다. 국민부담률을 낮추면서 사회복지 수준을 높인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복지 수준 상승에 맞춰 국민부담률이 올라가는 방향은 옳다"고 말했다.
한국 국민부담률은 OECD 평균(34.3%)보다 8%포인트 낮아서 아직 상승할 여력이 있다.
다만 빠른 상승 속도에는 문제가 제기됐다.
OECD 회원국의 국민부담률 평균은 1972년 26.9%에서 2016년 34.3%로 7.4%p 높아졌는데 한국은 같은 기간 13.9%p높아졌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득세제를 개선하면 국민부담률 상승을 가속하지 않으면서도 재정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민부담률을 얼마나 올릴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안 교수는 "목표설정 없이 우리가 선진국보다 낮으니 무조건 높이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우리가 지향할 복지 수준이 어디쯤인지를 먼저 설정하고 조세부담률이나 국민부담률 수준을 생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국민 공감을 이룬 상태에서 올려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런 절차가 없이 올렸는데 민주주의 사회라면 국민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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