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예루살렘 지위는 당사자 간 협상 통해 결정돼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트럼프에 비판적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 것과 관련해 브라질 정부는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외교부는 "예루살렘의 지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2국가 체제'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 협상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존중해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 안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두 국가의 국경선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이 벌어지기 이전 상황을 바탕으로 당사자 간의 직접 협상을 통해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이어 "브라질은 1949년부터 이스라엘과 맺고 있는 외교관계를 유지할 것이며, 2010년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인정한 결정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은 1967년 11월 22일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결의안에 따라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하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 강 서안 등지를 점령하기 이전의 국경선을 팔레스타인 독립국의 국경선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로 이루어진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은 지난 2011년 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메르코수르는 팔레스타인에 앞서 이스라엘 및 이집트와도 FTA를 체결했다.
메르코수르가 팔레스타인과 FTA를 체결한 것은 팔레스타인 주권국가 건설과 유엔 등 국제기구 가입 노력을 지지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한편, 브라질은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인정한 이후 이스라엘과 여러 차례 마찰을 빚었다.
이스라엘군이 2014년 7월 가자지구를 공격하자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은 이를 대량학살로 규정하며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난했고, 이스라엘 정부는 브라질이 팔레스타인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이라고 반박했다.
2015년 8월에는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자치령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 수립에 반대한 극우 인사를 브라질 대사에 임명하면서 논란이 됐다.
브라질이 신임장 제정을 거부하자 이스라엘 총리는 외교관계 격하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반발하다가 이스라엘 정부가 지난해 3월 대사 임명을 철회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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