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힘든 PGA투어, 250경기 넘게 뛴 선수는 41%

입력 2017-12-09 05:05
들어가기 힘든 PGA투어, 250경기 넘게 뛴 선수는 41%

16년 투어카드 지킨 최경주는 443경기…328경기 뛴 우즈 능가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골프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골프를 직업으로 선택했다면 누구나 PGA투어를 꿈꾼다.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PGA투어 선수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설사 PGA투어에 입성한다 해도 10년이 넘도록 PGA투어에 잔류하는 건 더 어렵다.

1985년부터 2000년까지 PGA투어에서 뛴 뒤 지금은 방송 해설가와 시니어투어 선수를 겸하는 필 블랙마(60)는 최근 자신이 블로그에 PGA투어에 입성하고, 10년이 넘도록 버티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통계를 통해 설명했다.

블랙마는 미국 대학이 어마어마한 인원의 엘리트 골프 선수를 배출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설명했다.

미국 대학 골프부에는 해마다 4천500명의 선수가 입학한다. 이들은 대부분 고교 시절에 전국대회나 주(State) 단위 대회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낸 수준급 선수들이다.

이 가운데 골프를 직업으로 삼겠다며 프로 무대에서 도전하는 선수는 대략 25%로 추정된다.

프로 골퍼를 직업으로 삼기로 했다면 목표는 다 똑같다. PGA투어 입성이다.

PGA투어를 목표로 뛰는 선수가 해마다 1천 명이 넘게 쏟아진다는 뜻이다.

1천여 명의 엘리트 선수 가운데 그나마 출발점이 다소 앞이라는 이른바 '국가대표급' 선수도 100명 가까이 된다.

따로 국가대표 제도를 운용하지 않는 미국에서는 대학 무대 A급 선수의 표상은 '올아메리칸 플레이어'로 볼 수 있다. '올아메리칸 플레이어'는 지난해 87명이었다.

이들 1천여 명의 프로 지망생이 대개 PGA투어 2부인 웹닷컴투어에 도전한다. PGA투어가 퀄리파잉 토너먼트가 폐지한 뒤 PGA투어에 입성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은 웹닷컴투어다.

웹닷컴투어의 정원은 140명이다. 1천 명이 넘는 지망생에게는 좁아도 너무 좁은 문이다.

웹닷컴투어에서 1년을 뛰어 상위 25명이 PGA투어에 발을 디딘다. 나머지 25명은 파이널시리즈에서 PGA투어 카드를 노릴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웹닷컴투어 말고도 다른 투어, 예컨대 유럽프로골프투어나 일본프로골프투어, 아시아프로골프투어를 통해 PGA투어로 점프할 기회가 없지는 않지만 웹닷컴투어보다 훨씬 경쟁이 심하다.

블랙마는 들어오기도 힘들지만 버티는 게 더 힘든 곳이 PGA투어라고 강조했다.

PGA투어에서 연간 대부분 대회를 다 출전하는 이른바 전 경기 출전권자는 130명 안팎이라고 보면 된다.

전년도 상위 125명에 특별한 신분의 선수를 합친 숫자다. 특별한 신분이란 타이거 우즈(미국)처럼 전년도 상금 순위 따위는 구애받지 않고 대다수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를 말한다.

물론 이들 중에도 메이저대회나 일부 출전 선수가 제한되는 대회는 나가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이 130명 아래에는 대회마다 빈자리가 생기면 출전하는 이른바 조건부 출전권자가 약 70명 있다. 약 200명의 선수가 경쟁하는 셈이다.

PGA투어 정원은 해마다 3분의 1은 물갈이된다. 상위 125위 안에 끼지 못하면 물갈이 대상이다.

어렵게 입성한 PGA투어에서 밀려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부상, 클럽 교체, 훈련 방식 변경, 영양관리 실패, 가정불화 등이 PGA투어에서 밀려나는 원인이 된다.

물갈이를 피해 10년 이상 PGA투어에서 버티는 선수는 절반도 채 안 된다.

1980년 이후 PGA투어에서 새로 진입하는 신인은 연간 22명가량이다. 지금까지 약 800명이다.

이 가운데 250개 이상 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324명이다. 풀시드를 가진 선수가 연간 치르는 대회가 대략 25개라면 250개 대회 출전이면 10년을 PGA투어에서 활동했다는 얘기다.

400개 대회를 넘게 뛰어 14년을 넘긴 선수는 161명이다. 20년 동안 PGA투어에서 활동했다면 500경기 출전이 가능하다. 500경기 이상은 86명이다.

700경기를 넘게 뛴 선수는 8명뿐이다, 제프 슬러먼, 제이 하스, 브래드 팩슨, 데이비스 러브3세, 마크 캘커베키아, 빌리 메이페어, 그리고 마크 브룩스(이상 미국) 등이다. 802경기를 치른 브룩스는 800고지를 밟은 유일한 선수다.

블랙마 자신은 443개 대회에 출전했다. 16년 동안 PGA투어에서 활동한 결과다. 그는 통산 3승을 거뒀고 2000년 PGA투어에서 물러났다. 그의 나이 43세 때였다. 7년을 더 버틴 뒤에야 시니어투어 선수로 다시 나설 수 있었다.

PGA투어에서 20대 중반에 입성해 만 50세로 시니어투어로 진출하기까지 PGA투어에서 버티는 선수는 그야말로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 골프의 간판 최경주(47)도 블랙마와 똑같은 443경기를 뛰었다. 최경주는 블랙마가 마지막 시즌을 보낸 2000년 PGA투어에 입성해 17시즌을 보냈다. 최경주는 2년 더 PGA투어에서 뛸 예정이라 500경기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996년 데뷔해 20년 넘게 PGA투어 카드를 지키고 있는 타이거 우즈(미국)는 고작 328경기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우즈는 데뷔 이후 3시즌만 20경기 이상 뛰었을 뿐일 만큼 대회를 골라 나간 데다 부상 때문에 5시즌은 7경기를 넘지 못했고 작년에는 아예 1경기도 출전하지 않았다.

블랙마는 "10년 넘게 PGA투어에서 뛰었다면 골프 선수로서는 경지에 올랐다고 보면 맞다"면서 최고의 무대에서 이런 성취를 이뤄낸 선수는 충분히 존경받을만하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평소 "우승하는 것도 좋지만 투어카드를 10년 동안 유지하는 게 진짜 목표"라고 말하곤 했다. 최경주는 진짜 목표를 이룬 셈이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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