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은 세상 연결하는 고리"…김근태 추모전 '따뜻한 밥상'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6주기 추모전 개막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별이 저 홀로 빛나고 있었는데 도시의 불빛들은 스스로 별이라고 생각했다 / 별은 외로웠지만 결코 지지 않았다 / (중략) / 그에게 '밥상'은 '일하고 있다'는 진행형이고, 그에게 '밥상'은 '둘러앉는다'는 동사이다 / (하략)"
8일 찾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 2층에 내걸린 낡은 거울 속 글귀다.
시인인 신동호 대통령 연설비서관은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6주기를 맞아 '따뜻한 밥상'이라는 제목의 시를 완성했다.
정정엽 작가는 버려진 옛 거울 중 하나에 이 시를 그려 넣어 작품을 완성했다.
거울 작업에는 김 전 고문이 여전히 우리를 비추고 있다는 뜻이 녹아있다.
'영원한 민주주의자' 김 전 고문의 자취를 더듬고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추모전시가 올겨울에도 개막했다.
12명 작가가 참여한 전시 '따뜻한 밥상'의 주제는 김 전 고문이 강조했던 '따뜻한 시장경제'다.
김 전 고문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계기로 쓴 글에서 "때로 생활 때문에 절망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여전히 정직하고 성실한 99%의 사람들이 무시당하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굳게 믿는다"라고 말했다.
김 전 고문의 딸로 미술이론을 공부한 김병민 김근태재단 기획위원은 이러한 유지를 받들어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해 묵묵히 따뜻한 밥상을 차려온 분들"을 이번 전시에 초대했다. 박계리 홍익대 융합예술연구센터 연구교수가 함께 기획했다.
"김근태의 정신을 전시를 통해 어떻게 다시 확장할 수 있을까를 가장 먼저 생각했어요. 거대한 서사가 아니라 소소한 민주주의, 소소한 평화, 일상의 삶에서 역할을 한 사람들을 주목하는 것이 그가 원했던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따뜻한 밥상이라는 이름의 일상에서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말하고 싶었어요."(김병민 기획위원)
노란리본(Re-born)공작소의 '따뜻한 장바구니'는 지난 3년간 이주에 한 번씩 식재료를 모아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는 밥상 차리기에 동참했던 평범한 주부들의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밥상을 차리는 데 필요한 식재료를 관람객과 함께 모은다.
언메이크랩이 선보이는 영상 '동맹과 알고리즘'은 구로공단에서 구로디지털단지로 이름을 바꿔 달았지만 변하지 않는 노동의 알고리즘에 혹사당하는 이들의 '따뜻한 밥상'을 캐묻는 작품이다.
김 전 고문이 투옥 당시 아내 인재근 의원과 주고받았던 편지도 리슨투더시티, 이부록, 양아치 작가를 통해 새롭게 해석돼 나왔다.
최근 청와대에 작품 '광장에, 서'가 전시돼 주목받았던 임옥상 작가의 작품 '맛있게 먹겠습니다'도 만날 수 있다.
2014년 세상을 떠난 '용태 형'(김용태 전 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과의 마지막 밥상을 기억하는 한지 부조다.
임 작가는 "밥상은 결국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것이라 세상을 연결하는 가장 값진 고리 중 하나"라면서 "따뜻한 밥상을 함께 나누는 것이 민주주의 완성이라고 믿기에 용태 형과의 마지막 밥상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29일까지. 문의 김근태 재단 ☎ 02-784-8093.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