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바흐 IOC 위원장 방문, 북한이 피할 이유 없다

입력 2017-12-08 18:45
[연합시론] 바흐 IOC 위원장 방문, 북한이 피할 이유 없다



(서울=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IOC는 바흐 위원장의 방북이 이르면 연내에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IOC는 이 문제를 우리 정부와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다면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야기됐던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나아가 북한 선수단의 참가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끊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고,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북한이 바흐 위원장의 방북 의사를 받아들일지조차 불투명하다. 아무쪼록 바흐 위원장의 방북이 성사돼 평화 올림픽과 한반도 안정에 기여하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여부를 떠나 바흐 위원장의 방북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듯하다. 체육계 인사여서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데다 '핵 무력 완성' 선언 이후 모색해온 대화국면 전환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시험발사 뒤 '핵 무력 완성'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대화국면 전환을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고, 실제로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북한의 초청을 받고 방북하기도 했다. 사실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러시아 하원 대표단을 만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야 미국과 대화를 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이미 대화 공세는 시작됐다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은 주로 러시아를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밝히는 것 같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외무장관 회의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하고, 북한이 체제 안전보장에 관한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대화의 조건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핵 프로그램을 현 수준에서 중지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면서 이를 뒤로 돌릴 준비를 하고 대화에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간극이 너무 커 지금으로선 서로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기가 어려운 상태다. 어느 한쪽이 물러서지 않는 한 대화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긴장만 고조될 뿐이다. 북한이 진심으로 대화국면 전환을 원한다면 평창올림픽 참가를 통해 확실한 신호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피겨 스케이팅 페어 종목에서 유일하게 따낸 렴대옥-김주식 조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포기한 상황이다. 피겨종목 참가신청 시한인 지난 10월 30일까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참가 의사를 통보하지 않는 바람에 출전권은 차순위인 일본에 넘어갔다. 하지만 IOC가 각 종목 국제연맹과 협의해 북한 선수들에게 와일드 카드를 줄 수도 있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IOC는 북한의 참가 비용도 모두 부담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만 결단을 내리면 걸림돌이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일단 바흐 위원장의 방북 의사를 받아들여 IOC 측 얘기를 들어봤으면 한다. 그런 다음 올림픽 참가 여부를 결정해도 될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이번 올림픽 기간만이라도 추가 도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대화국면 전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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