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태극전사] '아시아의 그레츠키' 마이클 스위프트

입력 2017-12-10 06:22
[우리도 태극전사] '아시아의 그레츠키' 마이클 스위프트

4차례 아시아리그 포인트왕에 오른 캐나다 출신 귀화 공격수

스위스 1부리그 영입 제의도 거절…"올림픽 이후에도 한국서 뛰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2016년 4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남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회 2차전.

한국이 개최국 폴란드를 4-1로 제압한 뒤 대표팀 관계자들은 뜻밖의 완승보다 현지 취재진의 반응에 더 놀랐다.

폴란드 취재진이 경기 뒤 한국의 한 선수 앞으로 우르르 몰려들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한국 아이스하키는 철저한 변방이었다. 한국 아이스하키에 관한 관심 자체가 없었다.

김정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홍보팀장은 "한국 선수에게 외신이 인터뷰 요청을 한 것은 그때가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현지 취재진이 한국에도 이런 뛰어난 선수가 있느냐며 놀라워한 그 선수는 바로 캐나다 출신의 귀화 공격수인 마이클 스위프트(30·하이원)다.

스위프트는 당시 경기에서 세 차례의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원샷 원킬'의 킬러본능을 과시했다.

폭발적인 득점력에다 예리한 어시스트 능력, 수비력까지 두루 갖춘 스위프트는 대표팀 7명의 귀화 선수 중에서 보배 중의 보배로 꼽힌다.

스위프트가 2014년 귀화 선수로 대표팀에 가세한 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2014년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 5전 전패의 수모를 당하고 그룹 B로 강등됐다.

절망은 잠시였다. 한국은 2015년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B에서 5전 전승을 거두고 한 해 만에 그룹 A 승격에 성공했다.

이 대회 5경기 5골로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스위프트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2016년 세계선수권에서 2승 1연장패 2패로 그룹 A에 잔류한 한국은 올해 4월 세계선수권에서 3승 1연장승 1패로 준우승을 거두고 사상 첫 월드챔피언십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최근 대표팀 합숙훈련이 진행된 충북 진천선수촌 빙상장에서 만난 스위프트는 대표팀의 괄목할만한 성장세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는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 때만 해도 우리는 퍽을 건드리지도 못했다"며 "그런데 불과 3년 만에 같은 레벨의 대회에서 4승(1연장승) 1패를 올렸다. 믿기지 않는 결과"라고 했다.

스위프트는 자신보다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 출신의 백지선(50·영어명 짐 팩) 감독과 박용수(41·영어명 리처드 박) 코치의 지도력에 공을 돌렸다.

그는 "백 감독과 박 코치가 도입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선수들은 스케이트를 잘 타고 전원이 슛할 수 있다. 다만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었다"며 "그런데 이제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선수들이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코치진이 생겼다. 결국, 그 차이가 변화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스위프트는 캐나다 주니어 3대 리그 중 하나인 온타리오 아이스하키리그에서 정상급 공격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작은 체구(175㎝·79㎏) 탓에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입성에 실패한 뒤 2011년 한국으로 왔다.

일부 사람들은 대표팀의 귀화 선수들을 두고 캐나다·미국 국가대표로는 올림픽에 못 나가니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을 나가려는 것 아니냐고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스위프트는 기량으로도 충분히 올림픽 무대를 밟을 자격이 있는 선수다. 그의 놀라운 기록이 증명한다.

스위프트는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서 총 4차례 포인트왕에 오르며 총 503포인트(222골+281어시스트)를 쌓았다.

510포인트로 역대 포인트 1위에 오른 일본의 사이토 다케시(227골+283어시스트)와 불과 7포인트 차다.

아시아리그 원년 멤버인 사이토가 517경기를 출전했지만 스위프트의 경기 수는 그보다 무려 232경기가 적은 285경기다. 아시아리그의 웨인 그레츠키 격이다.



신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대표팀 훈련에 참가한 그는 "기록은 언제든 깰 수 있지만, 올림픽은 그렇지 않다"며 "지금 내게는 올림픽 준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위프트는 올해로 한국 생활이 7년째다. 그 사이 스위스 1부리그 팀의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지만, 유혹을 마다하고 한국에 남는 길을 택했다.

줄곧 하이원 한 팀에서만 뛰었고, 올 시즌에는 팀의 주장까지 맡았다.

그는 "2014년 처음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어색해서 미칠 것 같았다"며 "하지만 1년 중 9개월을 한국에 머무르다 보니 3분의 2 정도는 한국인이 된 것 같다. 이제는 대표팀 유니폼이 자연스럽다"고 웃으며 말했다.

현재 세계 랭킹 21위인 한국은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조별리그 A조에서 캐나다(1위), 체코(6위), 스위스(7위)와 격돌한다.

맞붙는 상대가 강할수록 스위프트에게 거는 기대도 커진다.

그는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때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며 "잘하고 싶고, 골을 넣고 싶다. 하지만 수비가 우선이다. 수비가 돼야 공격 기회도 찾아온다"고 했다.

스위프트는 "많은 사람의 기대가 내게는 더 큰 동기 부여가 된다"며 "올림픽에서 강팀들과 맞붙지만, 승부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좋은 활약을 펼쳐 한국이 올림픽 첫 승을 거두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제는 공항 입국심사 때 자연스럽게 내국인 코너에 선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올림픽 이후에도 한국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다"고 밝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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