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獨, 대연정 협상 성사…사민, 소수정부등 가능성 열어놔

입력 2017-12-08 04:25
혼란의 獨, 대연정 협상 성사…사민, 소수정부등 가능성 열어놔

사민당 전대서 대의원 투표로 결정…진보 의제 관철 의지 나타내

슐츠, 대표 재신임…메르켈, 슐츠의 'EU 연방'에 회의적 반응 등 진통예고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연립정부 협상 결렬 이후 정치적 혼란을 겪어온 독일이 새로운 연정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사회민주당은 7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의 대연정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600명의 대의원이 투표를 통해 이 같이 결정했다.

다만, 협상을 하더라도 결과를 열어두기로 했다. 협상 타결, 그리고 결렬에 따른 소수정부나 재선거 등 여러 상황이 가능하다고 미리 공감대를 모은 것이다.

현재 메르켈 3기 내각에서 대연정에 참여해온 사민당은 지난 9월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진보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면서 제1야당의 길을 걷기로 선언했다.

그러나 기민·기사 연합과 자유민주당, 녹색당 간의 예기치 못한 연정 협상 결렬 이후, 재선거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연정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을 받아왔다.

이날 재신임을 받은 마르틴 슐츠 대표는 연설에서 결론이 열려있는 대연정 협상을 사실상 제안했다.



슐츠 대표는 2025년까지 유럽연합(EU)의 연방국가화와 전향적인 환경정책, 교육개혁, 디지털화 등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를 위한 사민당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현지언론이 전했다.

그는 "우리가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 통치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통치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정치적 목적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를 구성하는 데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하고 가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연정) 테이블을 구성하는 데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자동으로 대연정 성사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연정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당원들의 지지를 요구하면서도, 사민당의 정책 노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대연정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연정에 대체로 부정적인 당내 여론과 대연정 협상을 외면하기 힘든 현실 사이에서 절충한 셈이다.

기민·기사 연합은 사민당의 결정을 즉각 환영하면서 "신뢰 있고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고 슈피겔 온라인이 전했다.

기민당 지도부인 클라우스 쉴러는 17일이나 18일께 지도부가 협상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며 밝혔다.

그러나 협상에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기사당의 안드레아스 쇼이어 사무총장은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면서도 "분명한 점은 독일에 안정적인 정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메르켈 총리는 슐츠 대표의 'EU 연방' 제안에 대해 "2025년까지 국방과 안전,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더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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