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전염병 방역, 초동대응·소독·매몰 곳곳에 '허점'
감사원 "농식품부 작년 11월 AI경보 '심각' 발령했어야"
2000년부터 올해까지 AI·구제역에 4조4천억원 재정투입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가축전염병 방역시스템의 초동대응부터 소독, 매몰관리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가축전염병 예방 및 방역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7일 공개했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9차례의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1조1천억원, 9차례의 구제역 발생에 3조3천억원 등 총 4조4천억원의 정부재정이 투입된 가운데 감사원은 근본적인 방역대책이 미흡하다고 보고 감사를 벌여 농림축산식품부 및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총 18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먼저 농식품부가 지난해 11월 23일 고병원성 AI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음에도 위기경보를 '심각'이 아닌 '경계'로 발령해 초동대응을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최초로 발생한 이후 급격히 확산돼 한 달여 뒤인 12월 27일에는 300개 농장으로 번졌다.
올해 1월 잠시 진정됐다가 2월 8일 다른 유형의 AI가 발생해 4월 4일 기준으로 AI 발생 농가는 383개까지 늘었다.
감사원은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지난해 11월 23일 AI가 '여러 지역 발생 및 전국 확산 우려'라는 '심각 단계' 판단 기준에 해당하는데도 농림부가 '경계' 단계로 발령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6일 AI가 125개 농장으로 확산했음에도 경보를 '경계'로 유지하는 결정을 했고, 같은 달 15일 222개 농장으로 퍼지고 나서야 '심각'으로 격상했다.
감사원은 "그 결과 조기에 차단방역 등의 조치를 하지 못해 가금류 3천802만여 마리를 살처분하고, 3천688억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등 사상 최대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또, 농식품부가 2015년 8월 일시이동중지에 대한 시간대별 구체적 행동요령을 마련하겠다는 개선방안을 수립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AI 최초 발생 후 신속히 실시돼야 할 일시이동중지 조치가 지연되는 등 '방역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소독 관련 문제와 매몰지 침출수 관리 문제도 적발했다.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거점소독시설에서 사용한 소독약이 외부로 흘러가지 않도록 현장에 저류조를 설치하거나 둔덕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감사원이 153개 거점소독시설을 점검한 결과 66개 시설이 저류조 등 소독약이 외부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시설을 구비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12개 거점소독시설은 대인 소독기 시설을 구비하지 않았고, 5개 거점소독시설은 U자형 소독시설을 2개 설치해야 하는데도 1개만 설치했다.
감사원 또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표준시험조건(온도 4도, 접촉시간 30분)에서 허가받은 소독제이기만 하면 아무런 제한 없이 겨울철에도 사용토록 하는 문제점도 밝혀냈다.
겨울철 방역현장과 유사한 조건(온도 영하 5도, 접촉시간 1분)에서 산성제와 알데하이드계 소독제는 효력 미달로 겨울철 방역 효과 저하 우려가 있다.
감사원 이번 점검에서 282개 거점소독시설 중 150개가 산성제와 알데하이드계열 소독제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매몰지 관리와 관련해서는 감사원이 2011년 12월에 이미 농식품부에 "생석회를 소독제로 사용하면 발열반응으로 차수막이 훼손돼 사체의 침출수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통보했고, 농식품부도 이듬해인 2012년 2월 감사결과 집행상황 완료 보고를 했다.
하지만 감사원 확인 결과 농식품부는 생석회를 매몰지 소독제로 계속 사용토록 하면서 비닐두께는 0.2㎜ 이상으로 하고 부직포를 추가하도록 한 뒤 검증절차를 생략했다.
감사원이 0.1㎜ 비닐 두 겹에 물과 생석회를 넣고 실험한 결과 4분 만에 발열 온도가 120도에 도달하고 이후 231도까지 올라가면서 10㎝ 크기의 구멍이 2곳 이상 발생했다.
천막 방수포를 사용하거나 부직포와 일반비닐을 사용한 실험 역시 모두 구멍이 발생했다.
이밖에 농식품부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지자체가 살처분 매몰 후보지를 선정·관리하도록 해야 하는데 감사 결과 44개 시·군은 후보지를 선정하지 않고 있고, 14개 시·군은 국유지 등을 사용승인 없이 후보지로 선정해 가축전염병 발생 시 매몰처리 지연이 우려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아울러 농식품부가 2013년 케이지 사육시설의 사육면적 기준을 산란계 한 마리당 0.042㎡에서 0.05㎡ 강화하면서 산출기준을 잘못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케이지 사육시설은 케이지별로 각각 구분돼 있으므로 적정 사육두수를 케이지별로 산출해 합산하는 것이 타당한데도 전체 케이지 면적을 합산해 적정 사육두수를 산출하는 바람에 산란계가 밀실 사육되고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농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적발된 문제점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 조치하거나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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