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OICA, 국민참여 확대·청년 일자리 창출" 이미경 이사장
(성남=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미경 이사장은 7일 연합뉴스와의 취임 인터뷰에서 임기 중 추진할 중점 사업으로 국민 참여 확대와 청년 일자리 기회 창출, 유·무상 원조의 분절화 극복을 위한 노력, KOICA의 무상원조 비율 확대 등을 꼽았다.
이 이사장은 이를 위해 "민-관-산-학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나가는 동시에 시민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부분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ODA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평화와 민주주의, 인권의 핵심가치를 구현하는 ODA 사업을 개발하고 이행하려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주 취임했는데 다시 한 번 소감을 말해달라.
▲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KOICA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 다중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취임하게 돼 어깨가 무겁다. KOICA는 현재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임직원이 쌓아온 저력과 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KOICA가 되도록 하겠다. 20년간 시민사회, 20년 동안 의정활동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이 마지막 공직이라는 각오로 임하고자 한다.
-- 취임식 후 줄곧 '혁신'을 강조하는데.
▲ 인사, 조직, 사업에서의 혁신을 말한다. 인사의 경우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프로세스는 어떻게 밟아서 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고, 조직은 사업 원칙을 수행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무상원조 플랫폼으로서 어떤 체계를 세울 것인지도 과제의 하나다. 사업에서는 현장 중심인지, 좀 더 고객 만족적인지, 협력국과의 진정한 파트너십으로 이뤄지는지 등을 도출해야 한다.
조직의 지도자가 바뀌었다고 혁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 한명 한명이 혁신의 주체가 돼 자발적으로 혁신을 위한 내적 준비와 태세를 갖췄을 때 혁신은 성공할 수 있다.
-- KOICA가 국정농단에 휘말리지 않을 방안은.
▲ 취임사에서도 밝혔듯이 '원칙과 철학을 분명히 세운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국정농단 재발방지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지난 정부의 '코리아에이드' 사업뿐만 아니라 MB정부 시절 '기여외교와 자원외교의 접목'도 ODA 기본 목적에서 벗어난 사례다.
사업을 정치적 목적으로 수단화하려는 부적절한 개입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 마련하겠다. 인도주의 정신(빈곤감소, 인권향상, 성평등 실현)을 통한 인류 공영과 지구촌 평화 증진이라는 국제개발협력의 기본정신과 기본원칙, 그리고 국제적 규범과 기준에 충실할 수 있는 사업 시스템을 촘촘하게 재구성하는 것이 제2, 제3의 국정농단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 박근혜 정부의 '코리아 에이드'사업은 국가간 약속이어서 완전 폐기가 어렵지 않나.
▲ 먼저 이 사업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국민 세금으로 이뤄진 ODA 사업을 사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한 실체적 진실을 되짚어보고 그 구조적 문제를 찾아내 개선해 나가겠다. 현지 실정과 환경에 맞지 않는 '주고 싶은 것만 주는' 관행도 점검해보고 고쳐나가겠다. 하지만 파트너 국가와의 약속 미이행에 따른 외교적 부담도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KOICA는 이 사업의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고, 원칙에 입각한 SDG 3번 목표 이행과제인 보건의료사업으로 지속가능한 보완적, 대안적 사업모델을 재정립해 국민적 지지와 국제적 신뢰를 동시에 지켜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아시아 순방때 '새마을 운동 사업'을 계속 이어서 하라고 지시했는데.
▲ 새마을 ODA사업은 가난했던 한국이 스스로 자립해 가난에서 극복할 수 있던 것처럼 개도국에 근면, 자조, 협동정신을 전수하는데 중점을 뒀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그 본질적인 문제보다도 이를 정권적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정치적 논란을 야기하고 국민적 신뢰를 잃은 부분이 많았다. 더 근본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성공모델이라고 자평하는 것을 해외 어디로 수출하고 이식하여도 성공할 거라는 근거 없는 자부심과 자만심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무를 옮겨 심을 때에도 토양과 기후, 환경이 고려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개도국의 문화, 사회경제적 환경 등을 소홀했던 점들이 많았음을 인정하고 고쳐나가야 하겠다. '우리의 경험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하거나 시혜를 베푸는 자세를 경계해야 한다'고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모든 국가들이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고 새마을 운동에도 명암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 KOICA 해외사무소에 근무하는 간부의 성 비위 행위와 봉사단원들의 일탈이 문제가 됐다.
▲ 성 평등 관점이 ODA 전 분야에서 관철되도록 사업을 펼쳐가야 할 KOICA에서 성 비위가 발생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일벌백계'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성 비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단할 것이다. 이는 인간 존엄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는 그 동안 기관 내부의 기강과 도덕적 해이 및 이를 대응하는 조직 내부논리 또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에 못 미치는 과거 관행을 혁신해야 한다. 해외파견 인력을 포함해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성 인지교육, 청렴교육 등을 강화하고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과 같은 더 스스로에게 엄한 잣대와 기준들을 정비할 것이며 나아가 윤리강령의 현장화 등 윤리경영을 위한 제도적 보완에도 힘쓸 것이다.
-- 임기중 추진할 중점 사업은 무엇인가.
▲ 국민참여 확대와 청년 일자리 기회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또 유·무상 원조의 분절화 극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KOICA의 무상 비율을 늘리기 위해서도 노력하겠다. 이 과정에서 민-관-산-학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나가겠고, 시민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도 찾겠다. ODA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평화와 민주주의, 인권의 핵심가치를 구현하는 ODA 사업을 개발하고 이행하려 노력할 것이다.
-- 코이카는 어떤 기관이었으면 하나.
▲ KOICA의 예산은 100%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의 신뢰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기관이다. KOICA라는 기관이 갖고 있는 이런 숙명에 맞게 △투명성 △소통 △효과성을 3대 키워드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국민에게 믿음을 받고(투명성),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ODA를 실행(소통)하는 것은 KOICA의 제1과제다. 이와 함께 국민의 세금을 의미 있게 쓸 수 있도록(효과성) 사업을 운영해 가야 한다. 최적의 대상국과 사업을 발굴해 '공공외교', '국민외교', '협력외교'로 통칭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 비전에도 부합하면서 동시에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다시 받는 KOICA가 되도록 애쓸 것이다.
--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나라는.
▲ 지구촌 구석구석 KOICA ODA사업이 이뤄지고, 우리 월드프렌즈(WFK) 해외봉사 단원들이 파견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모든 국가의 현장들, 그리고 해외 44개 현지사무소가 있는 국가들 하나하나가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한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러 가지 한계 속에서 전략적으로 우선 순위가 있기에 그런 기준에 따라 방문 계획도 짜려고 한다. 예컨대, KOICA의 사업대상국 가운데 가장 사업효과가 두드러지고 규모도 큰 베트남을 비롯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와 같은 아세안 국가의 전략적 중요성을 생각해 볼 때 직접 현장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도 강조하셨듯이 4강 외교만큼이나 아세안 외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빈국, 분쟁취약국 등 KOICA의 존재 이유가 상대적으로 더욱 절실한 현장들과 소통하는 데에도 게을리하지 않겠다.
-- 지난 7개월간의 기관장 공백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 대부분 코이카 직원의 사기는 물론이고 헌신성과 전문성 또한 지난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많은 부분 평가절하돼 있다고 판단한다.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고민을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한다. 결국 모든 구성원들의 공통된 고민은 KOICA가 한국의 대표적인 무상원조기관으로서, 전문성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보람된 일터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제 역량과 경험을 발휘하도록 하겠다.
-- 국민과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되고, 이사장 공백이 7개월간 지속외면서 KOICA는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의 대표 원조기관으로서 KOICA의 브랜드 가치는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KOICA를 사랑하고 염려하는 여러분에게 반드시 새롭고 건강한 모습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하겠다. KOICA가 더 이상 외부의 간섭과 부정한 영향에 휘둘리지 않도록 사업의 원칙과 철학을 바로 세우고, 윤리경영, 인권경영, 투명경영, 책임경영을 구현하고, 제도와 관행을 혁신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대내외 소통을 강화하고, 인사혁신과 조직혁신, 사업혁신 등 KOICA 혁신 로드맵을 설계하고 이행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 그밖에 관심 분야가 있다면.
▲ 어느새 다문화 결혼이 20년 가까이 됐고, 숫자도 늘어났다. 다문화 가족 청년들이 사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 자녀들이 제대로 사회에서 적응해 나가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 자녀들이 국제개발협력 일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좌우명이 있으면 말해달라.
▲ 상선약수(上善若水)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골이 팬 곳은 채우면서 흐른다. 이는 정의, 평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본다. 실제 물소리를 참 좋아한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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