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차요…너무 추워" 낚싯배 생존자 필사의 'SOS'(종합)

입력 2017-12-07 15:39
수정 2017-12-07 18:35
"숨이 차요…너무 추워" 낚싯배 생존자 필사의 'SOS'(종합)

해경 '에어포켓' 생존자와 90분간 통화…수사 관련 제외한 녹취록 공개

30대 친구 3명, 뒤집힌 배 안에서 2시간 43분 버텨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추돌 사고 당시 선실 '에어포켓'에서 구조된 생존자의 절박한 구조 요청 상황을 담은 녹취록이 7일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뒤집힌 배 안의 '에어포켓'에서 2시간 43분간 버티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생존자들의 절실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낚싯배 선창1호(9.77t급)가 급유선 명진15호(366t급)에 들이받혀 뒤집힌 것은 3일 오전 6시 5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순식간에 뒤집혔지만, 다행히 조타실 아래 작은 선실은 윗부분이 완전히 물에 잠기지 않아 숨을 쉴 수 있는 '에어포켓'이 형성됐다.

바로 이곳에 있던 낚시객 심모(31)씨와 친구 2명은 이때부터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다.

심씨는 "빨리 좀 와주세요"라며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하다가 6시 32분 7차 통화 후 자신의 위치를 담은 GPS 화면을 해경 휴대폰으로 전송했다.

심씨는 6시 42분 해경의 첫 구조세력인 영흥파출소 구조 보트가 현장에 도착한 이후 더욱 구체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그는 6시 53분 8차 통화에서 "3명이 갇혀 있어요, 선수 쪽으로 와서 바로 구해 주세요"라고 구체적인 자기 위치를 알리며 구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영흥파출소 보트에는 수중 수색구조 능력을 갖춘 대원이 없었고, 심씨는 더욱 초조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심씨는 7시 12분 10차 통화에서 "저기요, 선수에 갇혀 있어요, 잠수부 불러야 해요"라며 "숨이 안 쉬어져요"라고 호흡 곤란을 호소하기도 했다.

마침내 수중구조 능력을 갖춘 평택구조대가 7시 17분, 인천구조대가 7시 33분 속속 도착하며 수중구조 작업은 7시 36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해경 구조대가 이들이 있는 선실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았다.

선창1호 선주가 알려준 대로 선박 후미를 통해 진입했지만, 그물과 낚싯줄이 뒤엉켜 있어 진입로를 확보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이 있는 선실로 가는 길에 다른 낚시객들의 시신도 다수 발견돼 시간이 계속 소요됐다.

당시에는 시신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고 생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배 밖으로 건져 올렸다.

해경 구조대 도착 이후에도 즉각적으로 구조되지 않자 심씨는 7시 42분 11차 통화에서는 "빨리 좀 보내 주세요…", "1시간 반 됐는데…", "너무 추워…"라며 오랜 기다림에 괴로움을 드러냈다.

그는 신고한 지 2시간이 지난 후에도 구조되지 않자 "우리 좀 먼저 구해 주면 안 돼요", "숨이 차요. 숨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해경은 물이 빠지는 시점이어서 물이 더 차진 않을 것이라며 심씨 일행의 심리적 안정을 도왔다.

마침내 오전 8시 41분 선체 외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구조대와 심씨 일행이 마주치게 됐고 심씨는 배를 마구 두들기며 필사적으로 구조를 요청했다.

결국, 오전 8시 48분 인천구조대는 심씨 일행 3명을 차례로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2시간 43분이 지난 시점이다.

심씨 일행 구조에 시간이 장시간 소요된 것은 수중구조대인 평택구조대와 인천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인천구조대는 야간운행이 가능한 신형 보트가 수리 중이어서 이용할 수 없자 육로로 이동해 현장에 갔다. 평택구조대는 직선 거리상에 양식장이 곳곳에 있어 우회 운항할 수밖에 없었다.

또 선창1호 선주가 알려준 대로 선박 후미로 진입했지만, 시신·그물·낚싯줄 등이 뒤엉켜 진입로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점도 구조에 상당 시간이 소요된 원인 중 하나다.

구조 작업이 생각보다 길어지자 가슴이 터질 듯 심장이 타들어 간 것은 심씨 일행과 해경 구조대 모두 마찬가지였다.

심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차가운 바닷물이 목까지 찬 상태에서 해경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며 "산소가 점점 부족해지며 숨이 계속 차올라 친구들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조대를 기다리기로 했다"고 급박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이상현 인천구조대장도 "뒤집힌 배 위에 올라 바닥을 두들기며 생존자들과 계속 신호를 주고받았다"며 "빨리 구조해야 하는데 조류가 강하고 물이 탁한 데다 낚싯줄이 뒤엉켜 있어 진입로와 퇴로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심씨 일행은 기적같이 살아 돌아왔지만, 조타실 뒤 큰 선실에 머물던 낚시객 상당수는 다른 운명을 맞았다.

선창1호 승선원 22명 중 생존자는 7명, 사망자는 15명이다.



해경이 이날 공개한 녹취록은 심씨와 해경 상황실 간 총 11차례 통화(90분) 중 수사와 관련이 있는 통화내용을 제외한 6차례의 통화다.

해경은 사고 지점을 파악 못 해 신고자에게 계속 위치를 물어봤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경이 사고 초기에 정확한 사고 지점을 몰랐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인천VTS는 급유선 명진15호 선장의 신고를 받고 6시 8분 해경 구조정에 '영흥대교 남단 3번 부이 부근, 해점은 37도 14분 22초, 126도 29분 24초'라고 전파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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