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루살렘 수도 결정'에 아랍권 긴급회동…이란도 "용납못해"
팔레스타인서는 미국·이스라엘 규탄 시위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할 것으로 알려지자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이 대부분인 아랍권은 긴급 회동을 추진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아파 맹주 이란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 비난하는 등 이스라엘을 제외한 중동 전역이 반(反)트럼프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 등 중동 언론에 따르면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수도로 예루살렘을 인정하고 미대사관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으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오는 9일 긴급 회동을 소집한다고 이날 밝혔다.
아랍연맹은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모여 미국의 입장 변화로 아랍국가들이 어떤 대응을 해야할 지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긴급 회동은 팔레스타인과 요르단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요르단은 전날엔 이슬람협력기구(OIC)의 긴급회의 소집도 요구했다.
앞서 아랍연맹의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사무총장은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면 "평화를 위한 희망은 가라앉고 폭력과 광신주의를 불러올 것"이라며 경고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을 "용납할 수 없다"고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트럼프의 발표는 "잘못되고 정당성이 없다. 도발적이고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란도 오는 12일 열릴 예정인 OIC 정상 회의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로하니 대통령은 덧붙였다.
로하니는 앞서 "이란은 이슬람의 신성함을 훼손하려는 행위에 참지 않겠다"며 "무슬림들은 이러한 계획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미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사는 주민 수백명은 "예루살렘은 우리들의 영구적인 수도"라고 외치며 미국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기를 찢거나 불에 태웠다.
가자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미국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를 촉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정부의 라미 함달라 총리는 미국의 행동은 "중동 분쟁에 불을 붙이게 되고 더 많은 폭력사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과 관련해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식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료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오후 1시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추진하는 내용을 공식 선언한다고 밝힌 것으로 AFP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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