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부터 '황금빛 내인생'까지…2017년을 달군 드라마

입력 2017-12-07 08:00
수정 2017-12-07 09:00
'도깨비'부터 '황금빛 내인생'까지…2017년을 달군 드라마

'낭만닥터' '김과장' '도봉순' '비밀의 숲' '품위있는 그녀' 등 인기

장르 드라마 약진…판타지·시간여행 반복은 아쉬워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900살 먹은 도깨비는 케이블 시청률 역사를 다시 썼고, 힘겨운 현실에 부모마저 바꾸고 싶었던 흙수저 아가씨의 이야기는 시청률 4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17년 안방극장도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며 많은 이야기와 반응을 만들어냈다.

'본방사수' 시청률은 하락세지만 그 가운데서도 시청률 대박작이 종종 등장했다. 또 시청자들의 '몰아보기' 시청행태가 자리를 잡으면서 시청률과 상관없이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작품들이 나왔고, 이는 인터넷 반응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장르 드라마가 약진해 드라마의 다양성을 넓힌 것은 반가운 소식. 반대로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판타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해 식상함을 안겨줬다.



◇ 케이블 20% 뚫고, 지상파 40% 재도전

지난해 12월2일 시작해 올 1월21일 끝난 tvN '도깨비'는 케이블 22년 역사를 다시 썼고, 지상파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시작부터 남달랐다. 역대 tvN 드라마 첫회 최고 시청률인 6.9%로 출발한 '도깨비'는 3회에서 12.7%를 기록하며 10%를 가볍게 넘어서더니 마지막 16회에서 20.5%를 기록하며 마의 20% 벽을 깼다. 1995년 국내에서 케이블TV가 방송을 한 이래 20%를 넘긴 프로그램이 처음 등장한 것이다.

2016년 1월16일 '응답하라 1988'로 19.6%를 기록한 데 이어 1년 만에 20% 고지를 밟은 tvN은 명실상부 지상파 부럽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하며 스테이션 브랜드를 굳건히 했다.

지난해 '태양의 후예'로 국내외를 들었다 놓은 김은숙 작가는 '도깨비'로 2년 연속 초대박을 치며 한국 최고의 드라마 작가임을 뽐냈고, 900살 먹은 도깨비를 연기한 공유의 인기는 하늘을 뚫었다.



지난 9월2일 시작한 KBS 2TV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은 11월26일 26회에서 시청률 39%를 기록하며 40%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청률 40%의 위업은 미니시리즈 드라마는 2012년 2월 MBC TV '해를 품은 달' 이후 5년간 없었으며, 연속극은 2015년 2월 KBS 2TV '가족끼리 왜이래' 이후 2년간 없었다.

시작은 진부한 출생의 비밀이었지만, 소현경 작가는 출생의 비밀 카드를 디딤돌로만 활용하는 전략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금수저가 된다면 부모도 버릴 수 있었던 흙수저 아가씨(신혜선 분)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군상의 심리를 포착해내며 남녀노소를 끌어당기고 있다. 방송가는 50회로 기획된 '황금빛 내 인생'이 조만간 40%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시즌2 부탁해요"…김사부·김과장·도봉순·황시목·마이듬

뚜렷한 개성과 매력을 탑재한 주인공들이 잇따라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들며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1월16일 27.6%로 막을 내린 SBS TV '낭만닥터 김사부'의 괴짜 의사 김사부(한석규)를 비롯해, KBS 2TV '김과장'의 허허실실 김과장(남궁민),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의 괴력 처녀 도봉순(박보영), tvN '비밀의 숲'의 무미건조 검사 황시목(조승우), KBS 2TV '마녀의 법정'의 속물 검사 마이듬(정려원) 등이 올해 큰 사랑을 받은 캐릭터들이다.



또 JTBC '품위 있는 그녀'의 박복자(김선아)와 우아진(김희선), MBC TV '죽어야 사는 남자'의 알리 백작(최민수), tvN '아르곤'의 김백진(김주혁)과 이연화(천우희) 등도 기존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캐릭터로 방점을 찍었다.

모두 작가가 창조해낸 신선한 매력에 배우들의 호연이 찰떡궁합처럼 어우러지면서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최강희와 권상우가 주연을 맡은 KBS 2TV '추리의 여왕'은 실제로 시즌2가 제작돼 내년 2월 편성이 확정됐다.



◇ 시간여행 판타지의 반복…장르 드라마 약진

유독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판타지가 많이 등장한 한해였다. tvN '명불허전'이나 OCN '터널'처럼 식상함을 극복하고 시청률 사냥에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KBS 2TV '맨홀'처럼 지상파 최저 시청률인 1.4%로 추락하는 굴욕을 맛본 경우도 나왔다.

SBS TV '푸른 바다의 전설'과 '사임당 - 빛의 일기'는 나란히 톱 중의 톱인 전지현과 이영애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간여행 판타지였지만 많은 아쉬움을 남겼고, 신민아·이제훈 주연 tvN '내일 그대와', 유아인·임수정 주연 tvN '시카고 타자기', 윤시윤·차태현 주연 KBS 2TV '최고의 한방' 등도 모두 시간여행의 식상함을 넘어서지 못했다.



반면 장르극의 선전으로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이 확보됐다. 30년의 시간을 건너뛴 형사의 수사극 '터널', 절대 청각을 보유한 프로파일러를 내세운 '보이스', 형사에 빙의된 저승사자 이야기 '블랙', 사이비종교 집단을 파헤친 '구해줘' 등이 호평과 인기를 두 손에 쥐었다. 모두 OCN의 주말극이다. 또 외계인을 등장시킨 tvN '써클'과 복제인간을 다룬 OCN '듀얼', 인공지능 로봇을 그린 MBC TV '보그맘'은 나란히 SF 장르를 개척했다.



이밖에 지성이 혼신의 연기를 펼친 끝에 28.3%로 막을 내린 SBS TV '피고인'을 비롯, 신예 임상춘 작가의 필력이 돋보인 KBS 2TV '쌈, 마이웨이', 18년의 세월을 오간 장나라의 연기가 압권이었던 KBS 2TV '고백부부', 아줌마들의 생활형 복수를 코믹하게 그린 tvN '부암동 복수자들' 등도 올해가 발견한 작품들이다.

그런가 하면 SBS TV '언니는 살아있다'와 MBC TV '불어라 미풍아', MBC TV '당신은 너무합니다' 등은 한국형 막장 드라마의 계보를 이어갔다.



◇ '사드보복'으로 중국 수출은 중단…미국서 리메이크작 데뷔

'별에서 온 그대' 이후 2년간 강력한 중국 특수를 누렸던 한류 드라마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2017년 내내 차이나 머니를 벌지 못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 사이즈를 키우거나 사전 제작했던 작품들이 큰 수출 시장을 잃으면서 아픔을 겪었다. 그 가운데 중국에서는 불법 해적판이 기승을 부리면서 한류 드라마의 저작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도깨비'를 중심으로 JTBC '맨투맨' 등이 중국에서 불법 시청을 통해 웨이보 검색 순위를 장악하는 인기를 누렸지만, 제작사는 중국 시장에서 한푼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

반면,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미국에서 한류 드라마 리메이크작이 잇따라 데뷔하며 한류 드라마의 새로운 판로를 뚫었다.

SBS TV '신의 선물'을 리메이크한 '썸웨어 비트윈'(Somewhere Between)이 지난 7~9월 지상파인 ABC에서 10부작으로 방송된 데 이어, 9월25일부터는 KBS 2TV '굿닥터'를 리메이크한 '더 굿 닥터'(The Good Doctor)가 ABC에서 18부작으로 방송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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