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을 또 해체해야 하나…'늑장출동' 논란 핵심은

입력 2017-12-06 15:07
해경을 또 해체해야 하나…'늑장출동' 논란 핵심은

사고해역 도착에 37분, 수중구조대 육로 이동에 비난 쇄도

어둠 속 양식장 빽빽한 해역…"현장 상황 고려해야" 여론도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추돌사고와 관련, 해양경찰의 현장 도착시각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해경의 대응이 미흡하다며 해경 조직을 또 해체해야 한다는 비아냥까지 나오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충분한 지원도 없이 비난만 하며 육상 구조작업과 같은 잣대를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해경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이 적절했는지다.

뒤집힌 배 안의 '에어포켓'에서 2시간 43분을 버티다 구조된 낚시객이 3명이나 있던 점을 고려할 때 해경이 현장 도착시각을 단축했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가정도 제기되고 있다.

선창1호(9.77t급)와 급유선 명진15호(366t급)가 추돌한 시각은 3일 오전 6시 5분.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구조세력은 영흥파출소 보트로 사고 발생 37분 만에 도착했다.

현장에서 불과 1마일(1.85km) 떨어진 파출소에서 37분이나 걸린 사실을 놓고 늑장출동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그러나 보트가 있던 곳은 민간 계류장으로 민간선박 7척이 함께 계류돼 있어 이들 선박을 풀어내는 데에만 13분이 걸렸다.

해경은 전용 계류장을 확보하기 위해 예산을 신청하지만, 바로바로 예산이 반영되진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누리꾼은 기사 댓글에서 "119구조대나 소방차가 일반 주차장에 같이 주차하는 꼴"이라며 "출동 지시받고 나가려고 하니 일반 차량에 걸려 바로 출동 못 하는 상황"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수중 수색 능력을 보유한 인천구조대와 평택구조대의 도착시각을 놓고도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평택구조대는 3일 오전 7시 17분, 인천구조대는 7시 36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1시간 넘게 지난 후 현장에서 수중 수색구조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제부도에서 출발한 평택구조대는 사고해역까지 최단거리상에 굴·바지락 양식장이 빽빽하게 밀집돼 있어 우회 운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깜깜한 새벽 시간대여서 속력도 시속 13노트(시속 24km) 정도밖에 낼 수 없었다.

직선거리(8마일·14.8km)로 가면 40분 거리이지만 양식장 때문에 우회할 수밖에 없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경은 설명한다.

인천구조대는 야간 항해 장비가 있는 신형 보트가 고장 나 수리 중이어서 인천해경부두에서 육로로 영흥도까지 이동 후 민간구조선을 타고 현장에 도착했다.

구형 보트가 1척 더 있었지만, 야간 항해 장비가 없고 당시 썰물 때로 저수심인 점 때문에 더 빨리 갈 수 있는 육로 이동을 택했다.

이를 놓고도 비난 여론이 컸지만 사실 신형 보트가 있었어도 도착시각을 대폭 앞당기기는 어려웠다.

인천해경부두에서 사고 현장까지는 16마일 떨어져 있는데 새벽 시간대 양식장을 피해 운항하려면 1시간 20분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1분이라도 먼저 현장에 도착하려는 중압감이 때로는 2차 사고로 이어진다.

2015년 3월에는 전남 가거도에서 맹장염 증세를 보인 7살 어린이를 긴급이송하기 위해 악천후 속에서도 헬기를 띄웠다가 헬기 추락으로 해양경찰 4명이 숨졌다.

같은 해 8월 인천에서는 응급환자 이송 요청을 받고 긴급 출동하다가 공기부양정이 정박 중인 배와 부딪혀 해양경찰관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물론 이런 악조건에서도 신속하게 구조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 해경의 책무이기도 하다.

먼바다도 아니고 연안 해역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에 수중구조대가 1시간 이상 뒤에 도착하는 것은 장비 개선이나 양식장 주변 이동 훈련 강화 등 어떤 방식으로라도 개선책을 찾아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세월호 사고 이후 인력과 예산 지원이 대폭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구조 역량을 높이기 위한 해경의 체질 개선 작업은 더욱 가속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2014년 당시 해경의 구조전담 인력은 232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87명으로 늘었다.

부산에만 있던 해양특수구조단은 목포와 동해에도 신설됐고 전국 19개 구조대와 2개 항공구조팀, 중대형 경비함정 48척이 24시간 출동체제를 갖추고 있다.

수색구조 역량 강화, 항공기 도입, 연안 구조 장비 도입 등 구조·안전 관련 12개 사업 예산은 2014년 2천550억원에서 2015년 3천366억원, 2016년 3천39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해경은 이번 낚싯배 사고를 계기로 구조체계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황준현 인천해양경찰서장은 5일 브리핑에서 "세월호 이후 구조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국민 우려와 지적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조속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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