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조차 진단 어려운 '세가와병'…"뇌성마비와 증상 같아"
전문가 "희귀질환 중에서도 가장 드문 경우"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뇌성마비 판정을 받고 10년간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가 약을 바꾼 뒤 1주일 만에 걷게 된 사연이 알려지면서 '세가와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로 소아 연령대에 발병하는 이 병은 뇌성마비·파킨슨병과 워낙 증상이 유사해 신경과 전문의들조차 오진하는 사례가 빈번한 질환이다.
신경전달 물질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 이상으로 도파민 생성이 감소해 발병하는 세가와병의 주요 증상은 우선 다리가 꼬이면서 점차 걷질 못하게 된다.
또 신체 근육에 경직 현상이 심해지면서 마비증상이 오고, 아침에는 상태가 호전되는 듯싶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악화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특히 이런 증상 자체가 뇌성마비·파킨슨병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세가와병 판정 자체가 꽤 까다롭다는 게 신경과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채종희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세가와병은 '미진한 희귀질환'으로 불릴 정도로 환자 사례가 거의 없다"며 "최소 5년에서 최대 40년까지 이 질환 자체를 판정받지 못했던 환자 사례들이 기존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고 전했다.
세가와병 진단의 가장 큰 문제는 이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전문 의료기관이 아직 국내에 없다는 점이다.
뇌성마비·파킨슨병으로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보니 이번 환자처럼 오진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가 앞으로도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미국국립보건원(NIH), 하버드대 병원 등을 지정해 세가와병 환자를 전담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특정 의료기관을 지정해 세가와병과 같은 희귀질환을 전문적으로 판정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채 교수는 "환자의 억울한 사연을 무조건 의사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번 대구 환자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세가와병 관련 국가지정병원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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