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권리 억압 못해"…온두라스 경찰, 야간통행금지 명령 거부
수도 외 다른 도시 경찰도 합류…OAS "조작 논란 개표 결과 확신 못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대선 개표 조작 논란에 휩싸인 온두라스에서 경찰이 야간 통행금지 이행 명령을 거부했다고 엘 에랄도 등 현지언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명 '코브라'로 불리는 폭동 진압 경찰 수백 명은 전날 정부의 야간통행 금지 이행 명령에 대한 거부 방침을 밝혔다.
200여 명의 코브라 대원은 수도 테구시갈파에 있는 경찰본부 앞에 집결해 "우리 국민은 자주적이다. 우리는 그들의 권리를 억압할 수 없고, 맞설 수도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낭독했다.
얼굴을 가린 한 코브라 대원은 "우리는 저항하고 있다"면서 "전국의 모든 경찰이 양심에 따라 행동하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일부 경찰은 야간통행금지에 맞서 길거리로 나선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야권 지지자들은 경찰의 이런 움직임을 열렬히 환영했다. 일부 야권 시위자는 '경찰을 사랑합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현지언론들은 다른 도시의 경찰들도 명령 거부 대열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개표 조작에 항의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자 지난 1일부터 열흘간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야간통행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대선 이후 개표 조작 논란으로 촉발된 소요 사태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모두 12명으로 늘었다.
개표 조작 논란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개표 결과 발표 이후에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선관위는 전날 99.96%를 개표한 결과 여당인 국민당 후보로 나선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42.98%를, 독재반대 야당연합 후보인 살바도르 나스라야 후보가 41.39%를 각각 득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의제기 기간 등을 고려해 공식적으로 당선인 확정 발표를 하지 않았다.
개표 조작 의혹을 둘러싼 시위 사태는 선거를 참관한 미주기구(OAS)가 야권의 조작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확산할 태세다.
OAS 참관단 대표인 호르헤 퀴로가 전 볼리비아 대통령은 "이번 선거는 박빙 표차, 실수, 개표 시스템 고장, 부정행위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면서 "이 때문에 참관단은 개표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권은 전체 투표의 3분의 1가량에 해당하는 투표소 5천 곳의 투표용지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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