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우승' 원정식 "아시안게임에서는 아내와 동반 메달"

입력 2017-12-05 18:54
'세계선수권 우승' 원정식 "아시안게임에서는 아내와 동반 메달"

메이저대회 징크스 깨고 한국 역도에 2009년 이후 8년 만에 금 안겨



(영종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드디어 벽 하나를 넘었습니다."

금메달을 손에 쥔 원정식(27·울산광역시청)은 잘 풀리지 않던 과거부터 떠올렸다.

국내 최정상이었고, 세계의 벽은 높아만 보였다. 하지만 이제 원정식은 '세계 챔피언' 자리에 섰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2017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 남자 69㎏급 경기에서 합계와 인상에서 금메달을 딴 원정식이 5일 인천공항으로 금의환향했다.

원정식은 2일 열린 경기에서 인상 148㎏을 들어 금메달 하나를 확보한 뒤, 용상에서도 178㎏을 들어 은메달을 땄다. 가장 중요한 합계에서는 326㎏으로, 321㎏(인상 147㎏, 용상 174㎏)을 기록한 분숙 타이랏(태국)을 제치고 우승했다.

2010년부터 국가대표로 뛴 원정식은 2011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은메달, 2013년 아시안컵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부진했다. 2011년 세계선수권 6위, 2012년 런던 올림픽 7위, 2015년 세계선수권 실격,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위 등 메이저대회에서 약했다. 원정식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경기 중 부상을 해 1년 동안 재활을 하기도 했다.

함께 국가대표로 뛰는 아내 윤진희(31·경북개발공사)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회 은메달,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동메달을 따는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에 의욕을 키웠지만, 순위는 마음처럼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윤진희는 1일 여자 53㎏급 인상을 시도하다 어깨에 통증을 느껴, 더는 플랫폼에 서지 못했다.

원정식은 "아내가 경기를 마치지 못해 안타까웠다. 내가 좋은 성적을 거둬 위로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음 날, 원정식은 세계 정상에 올랐다.

원정식은 "결국, 이런 날이 왔다. 포기하지 않고 앞을 보고 달린 날의 보상인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는 '역도 최강' 중국과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몰도바, 카자흐스탄, 터키, 우크라이나가 금지약물 복용 문제로 국제대회 1년 정지 처분을 받아 출전하지 못했다.



원정식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세계선수권 챔피언에 올랐다.

순수하게 노력만으로 중력과 싸운 보답이었다.

원정식은 "금지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나라 선수들끼리 싸우는 '깨끗한 대결'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면 좌절감이 더 클 것 같았다. 다행히 금메달을 땄고,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했다.

이제 원정식은 내년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겨냥한다.

그는 "나는 세계선수권 노메달의 한을 풀었다. 그런데 아내가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며 "내년 아시안게임에서는 부부가 함께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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