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만 해도 장 속 유익한 미생물들 쑥↑ 실험으로 확인돼"

입력 2017-12-06 06:00
"운동만 해도 장 속 유익한 미생물들 쑥↑ 실험으로 확인돼"

美 일리노이대팀, 생쥐 실험과 사람 임상시험 결과 발표

세포건강 촉진·염증 제거 물질 증가…마른 사람이 효과 더 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음식과 무관하게 적절한 운동만 해도 장 속의 유익한 균들이 늘어난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장(腸) 속에는 몸에 좋은 균과 나쁜 균이 공존하고 그 균형이 깨져 유해균이 많아지면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장 균무리(미생물총)는 비타민 생성과 영양분 흡수는 물론 인체 면역 기능과 염증, 비만, 당뇨 등 각종 질환 발병과 예방 등에도 영향을 준다. 심지어 정신(뇌 기능)과도 관계있다는 연구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장 균무리 구성과 수에는 유전과 질병, 식사 내용과 식습관, 약물 복용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준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과 미국 최고 병원인 메이요클리닉 공동연구팀은 동물과 사람을 각각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운동만으로도 장 속의 유익균들이 늘어난다는 증거를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선 각각 6주 동안 쳇바퀴 운동을 열심히 한 쥐들과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쥐들의 장 속 내용물을 채취했다. 이를 운동하지 않고, 멸균실에서 키운 이른바 무균(germ free) 쥐들의 장에 이식했다.

그 결과 운동한 쥐의 장 속 물질을 이식받은 쥐의 장내 균무리에선 낙산염을 비롯해 짧은사슬 지방산(SCFAs)들이 훨씬 많이 검출됐다. SCFAs는 장세포 건강을 촉진하고, 염증을 줄이고, 숙주(인체)에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이는 유익균의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대사물질이다.

또 궤양성 대장염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에 노출한 결과 운동한 쥐의 장 속 내용물을 이식받은 쥐들의 저항력이 더 컸다. 대장 염증이 더 적었고 빠른 세포 회복을 촉진하는 재생물질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번엔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했다. 평소 운동하지 않는 성인 가운데 마른 사람 18명, 비만한 사람 14명을 선정했다.

이들에게 하루 30분~1시간씩, 1주 3회, 6주 동안 심혈관에 좋은 운동을 가벼운 강도(여유심박수의 60% 수준)로 전문가 감독 아래 하도록 했다. 그다음 6주 동안은 운동을 하지 않도록 했다. 음식 내용엔 변화를 주지 않았다.

6주 운동 후 장내 세균을 채취한 결과 SCFAs, 특히 낙산염의 장내 농도가 높아졌다. 운동을 하지 않고 검사하자 SCFAs가 다시 줄었다. 미생물 유전자검사에서도 SCFAs를 만드는 장 속 균 수 비율의 증감이 같게 나타났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체형별로 변화가 달랐다는 점이다. 마른 사람의 경우 처음엔 장 속 SCFAs 생산 균의 비율이 비만자보다 훨씬 낮았다. 그러나 운동 후엔 비만자는 SCFAs가 약간 늘어난 반면 마른 사람에겐 훨씬 많이 늘어났다.

연구팀은 그동안 운동과 장내 세균 변화의 상관관계를 관찰을 통해 밝힌 연구결과들은 있었으나 이처럼 생물학적 차원의 증거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음식 및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운동이 장 건강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생쥐 대상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장 미생물총'(GM)에, 사람 대상 임상시험 결과는 '미국대학스포츠의학회'(ACSM) 학술지 '스포츠 및 운동 의과학'(MSSE) 최신호에 각각 실렸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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