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삼보 세계선수권 첫 金 고석현 "UFC 진출 목표"

입력 2017-12-05 11:47
한국 삼보 세계선수권 첫 金 고석현 "UFC 진출 목표"

삼보 입문 2년 만에 세계 정상…천부적 재능 지닌 격투가

"삼보 선수로는 그랜드슬램 달성하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고석현(24·부산팀매드)은 15년 역사의 한국 삼보 최고의 '발견'으로 꼽힌다.

본격적으로 삼보에 입문한 건 2년 정도지만, 탄탄한 유도 실력과 천부적인 격투 센스를 앞세워 한국 삼보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고석현은 지난달 12일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에서 열린 국제삼보연맹(FIAS)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컴뱃삼보 82㎏급 결승에서 야우예니 알렉시예비치(벨라루스)를 6-1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껏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던 한국 삼보는 고석현이 우승을 차지해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보유국이 됐다.

고석현이 예상을 뛰어넘어 우승을 차지하고, 이상수(34)가 컴뱃삼보 100㎏에서 은메달을 차지해 한국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로 대회를 마감했다.

삼보 종주국 러시아가 금메달 17개를 포함해 메달 24개로 종합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종합 7위로 선전했다.

컴뱃삼보로 한정하면 러시아, 키르기스스탄에 이어 공동 3위다.

1일 서울 은평구 삼보 중앙체육관에서 만난 고석현은 "너무 짜릿하고 믿기지 않았다. 1회전 경기 때만 해도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결승까지 4경기 더할까' 걱정했다. 우승해서 너무 행복했다"며 활짝 웃었다.

부산 출신인 고석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유도 도장에 다니기 시작하며 처음 도복을 입었다.

대학교 때까지 유도선수로 활약한 고석현은 군대에 다녀온 뒤 2년 전 이상수의 소개로 처음 삼보를 접했다.

삼보 선수로 뛴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고석현은 물 만난 고기처럼 강자를 차례로 쓰러트리고 국내 최강자가 됐다.

고석현은 "유도는 부드러움이 강한 걸 이긴다는 '유능제강'이 기본이다. 몸이 부드러운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삼보가 유도와 비슷하고, 타격에도 자신이 있다 보니 나와 잘 맞았다"고 말했다.

빠른 성장세를 보인 고석현은 9월 러시아 이르추크 컴뱃삼보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세계선수권까지 제패해 명실상부한 체급 세계 일인자가 됐다.

종합격투기 프로 데뷔를 앞둔 그는 "도복을 입고 경기하는 삼보는 어려워서 매력적이다. 룰도 체계적이고, 강자도 많다. 삼보 규칙에 따라 공격적으로 경기하는 게 익숙해지다 보니 종합격투기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계적인 종합격투기 선수 가운데 삼보를 배운 이는 적지 않다.

'60억분의 1의 사나이' 표도르 예멜리야넨코(41·러시아), UFC의 강자 하빕 누라마고메도프(29·러시아) 모두 삼보 선수 출신이다.

고석현 역시 "UFC 진출이 목표다. UFC에 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UFC에서 잘하는 게 진짜 목표"라고 밝혔다.

고석현이 속한 체육관 '부산팀매드'는 국내 굴지의 종합격투기 사관학교다.

UFC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김동현(36), '코리안 슈퍼 보이' 최두호(26)는 고석현의 체육관 선배다.

내년 1월 홍콩에서 종합격투기 프로 데뷔를 앞둔 고석현의 체급은 강자가 즐비한 웰터급(77㎏)이다.

우상인 김동현과는 같은 체급이다.

고석현은 "김동현 선배를 많이 따라다녔다. UFC에는 세컨으로 참가해 큰 무대도 직접 서봤다. 김동현 선배는 정신적으로 배울 게 너무 많은 분이다. 다들 운동하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눕기 바쁜데, 김동현 선배는 그 시간에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더라"고 했다.

내년 1월 홍콩에서 종합격투기 프로 데뷔를 앞둔 고석현은 "파키스탄 출신의 장신 선수와 경기한다. 유도할 때부터 항상 저보다 큰 사람이랑 싸워서 전혀 부담은 없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당시 입었던 그의 도복에는 아직 핏자국이 남았다.

"아직 세탁을 못 했다"며 멋쩍게 웃은 고석현은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나와 상대한 모든 선수의 얼굴에서 피가 났다. 레슬링에서도 안 넘어가고 버텼다. 격투기 선수로 성공적인 출발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삼보 선수로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싶다.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는 석권했으니, 내년 3월 러시아에서 열릴 메모리얼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르겠다"고 덧붙였다.

· 삼보는 프로 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는 것과 동시에 국제 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다.

문종금(59) 대한삼보연맹 회장은 "고석현 선수는 대단한 실력자다. 컴뱃삼보 세계연맹 회장도 귀한 선수가 나타났다고 극찬했다. 연맹에서도 향후 프로 무대에서 활약할 고석현 선수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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