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부실논란…NYT "사우디 요격실패정황 속출"
차단성공 발표에도 예멘 후티반군 미사일 거의 표적 타격
전문가 분석 회의적…"아예 빗나갔거나 쓸모없는 추진체 때린듯"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반군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하는 데 실패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우디에 배치된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체계의 효율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미국 미사일방어체계가 사우디에서 실패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소개했다.
문제의 미사일은 내전 중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지난달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를 향해 발사한 변형 스커드 미사일이었다.
사우디는 미사일 요격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우리 시스템이 미사일을 공중에서 타격했다"며 "우리가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만드는 것은 누구도 못 만든다"며 "우리는 그걸 전 세계에 팔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 게재된 사진과 동영상에 대한 분석은 이런 진단과 사뭇 다르다고 NYT는 보도했다.
NYT는 미사일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후티의 미사일이 표적이던 리야드 공항을 거의 타격할 뻔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탄두가 국내선 터미널에서 너무 가까이 있는 지역에서 터진 까닭에 공항 이용객들이 좌석에서 뛰쳐나가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리야드 근처에 흩어진 잔해 분석을 토대로 후티가 발사한 미사일이 작동에 지장이 없는 뒷부분을 맞았거나 요격을 완전히 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잔해 가운데 탄두가 없다는 점을 일단 주목했다.
후티의 미사일은 표적 근처에서 탄두와 로켓, 2단으로 분리되는 까닭에 탄두가 방어체계를 피해 더 멀리 날아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NYT는 잔해에 추진체 뒷부분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사우디가 요격에 실패했거나 탄두가 분리된 뒤 쓸모가 없어진 몸통을 때렸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몇몇 미국 관리들도 사우디가 미사일을 요격했다는 증거가 없고, 잔해도 비행 중 자연적인 압력으로 부서진 결과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사일이 리야드 공항 지척에서 폭발한 것, 탄두가 방어체계인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포대 위를 지나간 것도 실패 정황으로 간주되고 있다.
NYT는 요격됐다는 미사일의 탄두가 터지지 않고 다른 잔해보다 무려 12마일(약 19㎞)이나 더 날아간 까닭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해설했다.
후티는 표적이 리야드 공항이었다고 밝혔다.
비행기 계류장 근처에서 찍은 동영상을 보면 활주로 끄트머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응급차량이 보인다.
탄두가 미사일에 얼마나 가까이 근접했는지, 사우디가 미사일 방어에 얼마나 실패했는지 보여주는 정황일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NYT 인터뷰에서 당국 발표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루이스 연구원은 "(미국과 동맹국의) 정부들이 이 미사일 방어체계의 효율성을 두고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허위보고를 받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상황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후티가 동영상을 통해 공개한 미사일은 스커드 미사일의 변형인 '부르칸-2'로 추정되며 비행거리는 600마일 정도(약 966㎞)에 달한다.
사우디는 이란이 이 미사일을 후티 반군에 제공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란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는 이 미사일이 이란에서 설계, 제작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커드 미사일은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과거에도 이미 말이 많았다.
미국은 1차 걸프전 기간에 이라크의 변형 스커드 미사일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차단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은 거의 모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중에 나왔다.
NYT는 미국과 동맹국 정부들이 스커드를 포함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체계의 효율성을 과장해왔다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