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우방 사우디도 '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반대

입력 2017-12-05 10:20
미국 최우방 사우디도 '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반대

아랍권 "이스라엘 수도로 예루살렘 인정하면 재앙" 한목소리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팔레이스타인인들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이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오는 6일(현지시간)께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발표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중동평화 특사는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할지 곧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의 반발이 가장 거세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은 "예루살렘에 대한 미국의 입장변화는 재앙을 불러일으키고 그 지역에서 해온 미국의 평화 노력에 자살골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FP 통신이 4일(현지시간) 전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것에는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반대 견해를 분명히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주미 사우디 대사인 칼리드 빈살만 왕자는 성명에서 "예루살렘의 지위에 대한 미국의 어떠한 발표도 그 지역의 긴장을 높이고 평화 프로세스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예루살렘의 역사·법적 지위를 유지하고, 그 지위를 바꾸려는 어떤 결정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파디 외교장관은 또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과 이슬람협력기구(OIC)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면 "평화를 위한 희망은 가라앉고 폭력과 광신주의를 불러올 것"이라며 경고했다.

베키르 보즈다으 터키 부총리는 "예루살렘의 지위가 바뀌고 또 다른 단계가 이뤄지는 것은 중대한 재앙"이라며 "깨지기 쉬운 그 지역의 평화 프로세스를 완전히 파괴하고 새로운 갈등과 충돌, 불안정을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을 이전하는 것을 보류할지 결정해야 한다.

1995년 제정된 '예루살렘대사관법'은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도록 했으나, 미국 대통령이 국익과 외교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결정을 6개월간 보류할 수 있는 유예조항을 두고 있다.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들은 6개월마다 예루살렘으로의 이전 결정을 보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6월 1일 시한이 닥치자 같은 선택을 한 바 있다.

AFP 통신은 외교관들과 정가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이 자국의 수도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지지한다고 발표하면서도 주이스라엘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것은 마지못해 보류하는 결정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유지하면서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대선공약을 염두에 두고 어정쩡하게 결정하리라는 것이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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