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어 프랑스도…분리주의 움직임 '꿈틀'

입력 2017-12-05 05:30
수정 2017-12-05 10:23
스페인 이어 프랑스도…분리주의 움직임 '꿈틀'



해외영토 뉴칼레도니아, 내년 11월 독립 주민투표 시행

코르시카 선거서 민족주의 정파 대승 예상…자치권 확대요구 분출

대처 잘못했다가는 독립 열망에 기름 부을 수도…카탈루냐 사태가 '반면교사'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이 독립을 추진하다가 중앙정부의 '역습'에 고전하는 가운데, 이웃 프랑스에도 분리주의 움직임이 두 곳에서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카탈루냐 상황과는 역사적 맥락이 크게 다르지만, 프랑스로서는 민족주의 열망과 분리독립 움직임에 잘못 대처할 경우 사태가 다른 해외 영토나 유럽으로 일파만파로 번질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오랜 기간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유자해온 프랑스가 이런 동시다발적 움직임에 어떻게 대처할 지 주목된다.

◇뉴칼레도니아 내년 11월 독립 주민투표…다른 해외령에 불똥 튈라

먼저 남태평양의 세계적인 관광지로 프랑스령인 뉴칼레도니아(프랑스어 이름 누벨칼레도니)가 자치권 확대가 아닌 본격적인 독립 절차를 밟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방 정계가 합의하는 대로 내년 11월에 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시행은 물론 그 결과에 따른 주권 이양까지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지난 1일부터 이곳을 직접 찾아 지도자들을 만나 이 같은 방침들을 재확인했다.

프랑스가 이처럼 '순순히' 독립 추진을 허용하는 것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남서태평양 멜라네시아에 있는 뉴칼레도니아는 1956년 프랑스에 편입된 땅으로 프랑스로부터는 무려 1만7천여㎞나 떨어져 있다. 프랑스령이지만 뉴질랜드나 호주에 훨씬 가깝다.

이곳에서는 1985년부터 카나키민족해방전선(FLNKS)을 중심으로 독립투쟁이 시작돼 1988년 유혈 인질극까지 발생하는 등 소요사태가 커졌다.



그러자 프랑스 정부는 1988년 마티뇽 협정으로 자치권을 대폭 확대해줬고, 이어 1998년에도 누메아 협정으로 추가적인 자치권 이양 조치를 단행했다.

두 협정에 따라 뉴칼레도니아는 2014년 이후에는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포함한 정치적 미래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언제든지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뉴칼레도니아는 국방·외교·통화정책과 사법관할권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완전한 자치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지방정부의 공백 사태를 초래한 정치적 교착을 극적으로 타결하고 정부를 새로 구성하면서 독립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주민 여론은 양분된 상태다.

유럽계 주민들은 대개 프랑스 잔류를 선호하지만, 원주민들은 독립을 원하는 기류가 강한 편이다. 그러나 원주민 중에서도 '아직 독립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거나 '프랑스의 영토로 남아 더 발전해야 한다' 등의 이유로 프랑스 잔류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다.

과거에 한 약속들 때문에 독립에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고 있지만, 뉴칼레도니아 외에도 카리브해의 과들루프, 마르티니크, 레위니옹, 남미의 기아나 등 과거 식민지 5곳을 해외령으로 편입한 프랑스로서는 부담이 작지 않다.

자칫 다른 해외 영토들로 분리독립이나 자치권 확대, 본국의 지원 확대요구가 옮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뉴칼레도니아는 발달한 관광산업과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경제적 사정이 좋지만, 다른 해외령들은 본국과 갈수록 벌어지는 격차로 불만이 쌓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4월에는 남미 기아나에서 본국 정부의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총파업이 이어지면서 아리안 우주기지의 로켓 발사가 지연되는 등 경제와 행정이 마비 수준에 이르자 프랑스 정부가 급거 자금 지원을 약속하며 겨우 무마한 바 있다.



하지만, 뉴칼레도니아를 제외한 다른 해외령들은 프랑스의 지원 없이는 자립이 어려워 독립은 물론 자치권 확대 요구조차 응집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무장투쟁 있었던 코르시카, 선거 계기로 자치확대 요구 봇물…프랑스 긴장

나폴레옹의 고향으로 널리 알려진 지중해 섬 코르시카에서는 지방선거를 계기로 이 지역의 자치권 확대요구가 봇물 터지듯 분출하고 있다.

지난 3일 치러진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코르시카 민족주의 연합 '페 아 코르시카'가 득표율 45.4%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예상 밖의 결과였다.

이 정파는 프랑스에 코르시카의 자치권 확대와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정당들이 한 지붕에 모인 민족주의 세력의 연합체로, 1차 투표에서 2위를 한 중도세력은 한참 처진 15% 득표에 그쳤다.

결선투표가 남았지만, 민족주의 세력의 대승이 예상됨에 따라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한 코르시카의 자치권 확대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선거 이후 코르시카의 2개 도(道·데파르트망)와 1개 광역지방(레지옹)이 합쳐져 하나의 단일한 지방정부가 구성될 예정이라 내년 1월 지방정부가 출범하면 민족주의 세력이 더욱 강력한 체제를 갖출 전망이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태어난 곳인 코르시카는 이탈리아 반도 옆의 지중해에 있는 섬으로, 18세기에 프랑스령에 편입됐다.

이 지역 민족주의 정당들은 프랑스로부터 완전한 자치와 함께 고유언어인 코르시카어에 프랑스어와 동등한 지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코르시카어는 프랑스어보다 이탈리아어에 더 가깝다.

아울러 무장 독립운동 조직인 코르시카민족해방전선(FNLC) 조직원들의 사면도 요구하고 있다.

FNLC 등 과격 분리주의자들은 1976년부터 테러를 벌이며 무장투쟁을 벌였고 1998년에는 프랑스가 파견한 최고행정관을 암살하기도 했다. 2014년에야 완전 무장해제를 선언할 만큼 최근까지도 긴장이 작지 않았다.



코르시카 민족주의 세력은 그러나 프랑스를 상대로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것 외에 당장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도 '독립 추진은 당분간 없다'는 말에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코르시카의 새 자치정부를 상대로 자치권 확대 협상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민족주의 세력의 요구에 자칫 잘못 응답했다가는 스페인 카탈루냐에서처럼 독립 열망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페인에서는 현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국민당(PP) 정부가 카탈루냐인들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 과거 자치권 확대 논의 과정에서 잇따라 카탈루냐를 홀대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크다.

특히 코르시카는 무장투쟁이 활발했던 지역으로 여전히 강성 독립세력이 활동하고 있어 프랑스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코르시카는 해외령이 아닌 유럽 내 프랑스의 자치지역으로, 독립 열망이 분출할 경우 프랑스는 물론 유럽연합 전체로 분리주의의 '도미노 효과'를 불러일으킬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코르시카대 정치학과 앙드레 파지 교수도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중앙정부가 1970년대에 민족주의 세력의 온건한 요구에도 강경책으로 대응해 무장투쟁을 촉발했다면서 "독립 열망은 정부의 대응이 어떠한지에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유지해온 프랑스가 향후 코르시카와 해외 영토의 움직임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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