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침묵 깨고 다시 돌아온 충주 '얼굴 없는 천사'
"희망을 여는 작은 힘 된다면"…100만원 든 손편지 전달
2015년 중단했던 선행 재개…석달 새 3차례 성금 보내
(충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남한강 물이 흘러 흘러 바다를 이루듯, 희망을 열어가는 작고 작은 힘이라도 된다면…"
최근 충북 충주시 금가면사무소에 배달된 편지봉투에 100만원권 수표와 함께 들어있던 짧은 메모다.
<YNAPHOTO path='AKR20171204177000064_01_i.jpg' id='AKR20171204177000064_0101' title='충주 얼굴 없는 천사의 손편지 [금가면 제공=연합뉴스]' caption=''/>
빛바랜 편지지에 정성스러운 필체로 또박또박 쓴 글이다.
편지의 주인공은 2004년부터 연례행사처럼 한해 2차례씩 이 면사무소에 짤막한 메모가 담긴 돈을 보냈다. 5∼6월에는 고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11월에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연탄값을 잊지 않고 챙겼다.
10여년 동안 2천만원이 넘는 큰돈을 내놓으면서도 그는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감춰왔다. 해마다 면장을 수신인으로 정해 편지봉투 속에 돈을 담아 보낼 뿐, 모습을 드러내거나 전화 한 번 걸어온 적 없다. 사람들은 그를 '얼굴 없는 천사'라고 불렀다
그러던 그가 2015년 6월 700만원을 송금한 것을 마지막으로 연락을 끊었다. 주변에서는 혹시 신변에 좋지 않은 일이라도 생겼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돌았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난 9월 초 마침내 오랜 침묵을 깨고 낯익은 손편지와 50만원권 수표 한 장이 배달돼왔다. 사람들은 그의 선행이 재개된 것보다 그의 무사함에 더욱 안도했다.
그 역시 2년간의 공백을 메우려는 듯이 11월과 최근 연달아 100만원씩을 내놓으면서 석 달째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배달된 3통의 우편물에는 모두 경기도 안양우체국 소인이 찍혔다.
면사무소 측은 "선행의 주인공이 이 지역 출신이면서 안양에 거주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면사무소는 그의 뜻에 따라 이번에 기탁된 100만원을 불우이웃 15가구에 따뜻한 침구세트를 선물하는 데 쓸 예정이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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