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코르시카 선거서 민족주의 정파 대승…자치확대 요구 '봇물'(종합)

입력 2017-12-05 01:22
佛 코르시카 선거서 민족주의 정파 대승…자치확대 요구 '봇물'(종합)

1차투표서 민족주의 정당연합이 45% 득표…타 정파 압도

결선 남았지만 승리 예상…"독립 추진계획 없다" 자치권 확대요구 본격화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지중해 섬 코르시카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민족주의 세력이 대승을 거뒀다.

아직 결선투표가 남았지만 새 지방정부가 구성되면 프랑스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코르시카의 자치권 확대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현지시간)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질 시메오니가 이끄는 정당연합 '페 아 코르시카'가 지난 3일 치러진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득표율 45.4%로 1위를 차지했다.

'페 아 코르시카'는 프랑스에 코르시카의 자치권 확대와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정파들이 한 지붕에 모인 민족주의 정당 연합이다.

이번 1차 투표에서 2위를 한 중도연합 세력은 한참 처진 15% 득표에 그쳤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는 득표율 11.3%로 4위에 머물렀다.

과반을 얻은 세력이 나오지 않음에 따라 오는 10일 결선투표가 치러질 예정이지만, 1차 투표 득표상황으로 미뤄 민족주의 정당 연합의 대승이 점쳐진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 이후 코르시카의 2개 도(道·데파르트망)와 1개 광역지방(레지옹)이 합쳐져 하나의 단일한 지방정부가 구성될 예정이라 내년 1월 지방정부 출범 이후 민족주의 세력의 자치권 확대 요구는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태어난 곳인 코르시카는 이탈리아 반도 옆의 지중해에 있는 섬으로, 18세기에 프랑스령에 편입됐다. 이 지역 민족주의 정당들은 프랑스로부터 완전한 자치와 함께 고유언어인 코르시카어에 프랑스어와 동등한 지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코르시카어는 프랑스어보다 이탈리아어에 더 가깝다.

아울러 이들은 무장 독립운동 조직인 코르시카민족해방전선(FNLC) 조직원들의 사면도 요구하고 있다.

FNLC 등 과격 분리주의자들은 1976년부터 테러를 벌이며 무장투쟁을 벌였고 1998년에는 프랑스가 파견한 최고행정관을 암살하기도 했다. 무장독립세력은 2014년에야 완전 무장해제를 선언했다.

2015년부터 코르시카 광역의회 의장을 지내온 질 시메오니는 이날 1차 투표 결과가 나오자 코르시카기를 흔들며 기뻐했다.

선거에서 민족주의 정파 연합을 이끈 그는 "오늘 코르시카가 파리(중앙정부)에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우리는 평화와 민주주의, 자유로운 코르시카를 원한다"면서 "정치적 해법을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르몽드가 전했다.

코르시카 민족주의 세력은 프랑스를 상대로 자치권 확대를 본격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장 프랑스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메오니는 유럽1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독립은 우리가 쓸 카드에 들어있지 않다. 우리는 자치 확대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르몽드 기고문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코르시카와 중앙정부의 관계 개선 논의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불만을 표하면서도 "코르시카는 카탈루냐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시메오니의 연정 파트너인 장-기 탈라모니도 프랑스 앵테르 방송 인터뷰에서 독립 추진 기반이 없다면서 "카탈루냐와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10∼15년 뒤 코르시카인 대다수가 독립을 원한다면 누구도 그에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독립 추진 가능성은 열어뒀다.

아직 결선투표가 남았지만, 프랑스 정부로서는 코르시카에 새 자치정부가 들어서면 자치권 확대를 놓고 줄다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르시카대 정치학과 앙드레 파지 교수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중앙정부가 1970년대에 민족주의 세력의 온건한 요구에도 강경책으로 대응해 무장투쟁을 촉발했다면서 "독립 열망은 정부의 대응이 어떠한지에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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