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공무원 특채하겠다는데…추천도 못하는 지방공립대

입력 2017-12-06 08:01
바늘구멍 공무원 특채하겠다는데…추천도 못하는 지방공립대

옥천군 3년째 채용 불발…까다롭지 않은 조건인데 대상자 없어

충북도립대 "충북도 채용 중단때문…대학 경쟁력 약화 아쉬워"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취업시장에서 공무원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지난 3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39.4%)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다.



너도나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대학 도서관은 물론 학원가에도 '공시'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9월 치러진 지방공무원 7급 공채 필기시험 경쟁률은 무려 129.6대 1을 기록했다. 재수는 필수고, 삼수는 선택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다.

이런 상황에도 3년째 응시자가 없어 채용을 포기하는 공무원 시험이 있다. 충북 옥천군이 관내에 위치한 충북도립대학 졸업 예정자를 상대로 실시하는 경력경쟁(특채) 임용시험이다.

옥천군은 환경직(9급) 1명을 뽑기 위해 지난달 이 대학에 3명의 후보자 추천을 의뢰했다. 응시자격은 전 학년 성적이 30% 안에 들고, 수질환경산업기사 또는 대기환경산업기사 자격을 취득(예정자 포함)한 학생이다. 굳이 한가지가 첨부하면 올해 1월 1일 이전 옥천군에 주소를 둬야 한다.

그러나 대학 측은 이 조건을 충족하는 학생이 단 1명에 불과하다며 후보자 추천을 포기했다.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공무원 자리를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옥천군은 이 대학의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해 2007년부터 해마다 1∼3명의 공무원을 특채했다.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16명이 공직에 입문했다.

그러나 3년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기술 전공자를 행정직으로 채용하는 등 이 제도가 우수 공무원 확보라는 입법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된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때부터 옥천군은 지원자격을 해당 분야 전공자로 한정했고, 추천 인원도 2배수에서 3배수로 늘렸다.



이후 대학 측은 3년 연속 임용 후보자가 추천하지 못하고 있다. 2015년에는 공업직 1명을 의뢰했는데 대상자가 없었고, 지난해는 공업·환경·사회복지직을 통틀어 1명만 추천하면서 채용이 불발됐다.

도립대 측은 까다로운 조건이 아닌데도,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학생이 드물다고 설명한다.

대학 관계자는 "재학생 상당수가 청주권 거주자여서 성적과 자격 조건을 갖췄더라도 거주지 제한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공무원 채용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2년 전 충북도가 채용을 중단하면서 학생들의 관심도 시들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충북도는 2006∼2014년 이 대학 졸업 예정자 26명을 소방·환경·공업직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그러나 인권위 지적이 있은 뒤 채용을 중단한 상태다.

대학 관계자는 "3년째 옥천군에서만 1명씩 채용 의뢰가 들어왔고, 직렬도 그때그때 다르게 결정되다 보니 공무원 채용에 대비하는 학생이 적다"며 "공무원 특채를 앞세운 대학의 경쟁력도 점차 사라지는 듯해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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