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통약제, 임상시험 불필요" 새 규정에 안전성 논란

입력 2017-12-04 16:02
中 "전통약제, 임상시험 불필요" 새 규정에 안전성 논란

고전 유명처방은 임상시험 면제…네이처, 중의약 의료사고 빈발 지적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전통 의약처방으로 만든 중의약제에 대해 임상시험을 면제해주면서 중의약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중국 관찰자망에 따르면 영국의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이 지난 10월 발표한 '중의약 고전처방 제제의 등록심사 간소화 관리규정' 초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새 규정은 고전 의학서의 유명처방에서 유래된 중약 제제는 약품 승인번호를 신청할 때 임상시험 데이터를 제공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초안은 '고전 유명처방'의 개념도 정의했지만 고서의 구체적 목록은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중국 제약업체에는 고서 처방에 따라 제조한 중의약품에 한해 경비가 많이 들고 절차가 복잡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곧바로 약제를 생산해 시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의학계도 새 규정 도입에 환영의 뜻을 표하며 중의약제의 신약 심사 및 시판 과정이 대폭 간소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중의약의 대대적 육성에 나선 중국 정부는 전통 중의약품에 대해 가격이 비싼 서양의약제를 대체시켜 판매를 확대하는 정책을 펴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중의약학은 중국 고대과학의 소중한 보물"이라며 중의와 양의를 동등하게 대우하려는 정부 정책에 지지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처는 초안 발표 1개월여가 지난 11월 29일 기자 칼럼을 통해 일부 중의약제와 관련된 의료사고가 전통 중의학의 안전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학술지는 두 종류의 중의약 주사제를 10여명의 환자가 사용한 뒤 발열 및 한기 부작용을 겪은 다음 중국 식약총국이 지난 9월 23일 이 주사제를 리콜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중의약계 내부 논의 절차가 부족한 점도 지적됐다. 지난해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아시아 흑곰 쓸개즙 추출을 금지하고 인공합성 대체품을 사용토록 한데 대해 중의약계가 반발한 것을 꼬집었다.

당시 중국 중약협회가 보고서를 통해 곰 쓸개즙 사용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며 발전연구센터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 보고서는 발전연구센터의 인터넷상에서 삭제됐다.

네이처지는 하얼빈아동병원의 소아외과 전문의 리칭전(李淸晨)을 인용해 최근의 중의약제 리콜은 중의학계의 안전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리칭전은 이어 "의사들은 일반 대중에 중의약품 부작용을 알려야 하지만 대다수 의사들은 공개적인 중의약 반대를 원치 않고 있다"며 "극소수의 의사들만이 공개적으로 중의약을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오리항(勞力行) 홍콩대 중의학원 원장은 "고전처방이 임상시험을 필요로 하지 않다 하더라도 식약총국은 앞으로 계속 약물에 대한 동물 체세포 약리 및 약물독성 검사 결과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처의 중의약계를 겨냥한 지적은 최근 국제학술지들이 중국 당국의 요구로 민감한 주제의 논문을 삭제한 직후에 이뤄진 점에서도 주목된다.

네이처를 발간하는 스프링어 네이처 그룹은 지난달 1일 중국 정부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중국내 독자가 최소 1천여편의 민감한 논문을 열람하는 것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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