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띠해 앞두고 日반려견 호강…비단옷 단장·SNS 연하장 주인공

입력 2017-12-05 07:00
개띠해 앞두고 日반려견 호강…비단옷 단장·SNS 연하장 주인공

반려견용 전통의상 맞추는데 40만 원… 전문점 직원 전원 매달려도 바빠 쩔쩔

애완동물 출장 촬영 사진관 이달 중순까지 예약 차, 개 전문 촬영 스튜디오 성업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내년은 무술년(戊戌年) 개띠 해다. 일부 호사가들은 무술년의 술이 오행의 흙을 상장하며 흙은 노란색, 즉 황금색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내년을 황금 개띠해로 부르기도 한다.

개띠해를 앞두고 요즘 일본에서 반려견들이 전례 없는 호강을 하고 있다. 일본인의 유별난 반려견 사랑이 개띠해에 맞춰 고급 비단 맞춤옷 입히기, 인스타그램에 반려견 사진 투고 등으로 이어지면서 일대 붐을 이루고 있다.

연하장 판매감소로 울상이던 일본 우편 당국도 호기를 놓칠세라 트위터나 LINE을 이용한 반려견 친구 간의 사진 연하장 교류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NHK에 따르면 연말이 다가오면서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 반려견 사진 투고가 붐을 이루고 있다. 자기 반려견을 주위에 자랑하기 위해 귀여운 옷으로 치장하고 찍은 사진이 무수히 올라오고 있다.

덕분에 애완동물의 외출복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도쿄(東京) 시내 다이칸야마(代官山)에 있는 애완동물 외출복 전문점 "나호밀리(Nahomilly)"는 개를 비롯한 애완동물의 옷과 드레스를 주문 제작하는 업체다. 이 업체는 요즘 개띠해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애견가들의 주문이 잇따라 직원 8명이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맞춤옷의 소재는 사람이 입는 옷감과 똑같다. 1천가지에 이르는 감 중에서 고를 수 있다. 토이 푸들을 데리고 온 한 여성은 100% 비단으로 된 고급 옷감을 선택했다.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着物)에 매는 띠까지 갖춰 한껏 새해 기분을 냈다. 머리 장식까지 포함해 4만 엔(약 40만 원)을 들였다고 한다. 소매와 기장도 개의 몸에 딱 맞았다.

그는 "리본(개이름)은 중요한 가족의 일원인 만큼 기모노를 만들 거면 좋은 거로 하고 싶었다"면서 "연하장용으로 사진을 찍고 연초 신사에 처음 참배할 때도 이 옷을 입혀 데리고 가겠다"고 말했다. 또 내년에는 3살이 되니 자녀가 3살, 5살, 7살이 될 때 치르는 성장축하 행사인 시치고상(七五三) 참배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나호밀리 대표는 "가게를 시작한 지 14년 됐지만, 지난번 개띠해에는 반려견에게 기모노를 입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는 너도나도 기모노를 주문하고 있다"면서 "모두 설 전에 완성해 달라는 바람에 직원 전원이 매달려도 바쁘다"고 말했다.

일본우편도 이 붐을 놓칠세라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연하장 판매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일본우편은 SNS와 협력해 이런 붐을 연하장 판매촉진으로 연결하기 위해 애견사진 투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본우편은 본명과 주소는 모르지만, 막연히 아는 상대에게 연하장을 보내고 싶어도 SNS 계정밖에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우체국이 개입, 상대의 양해를 얻은 후 연하장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모두 개띠해를 축하하자"는 해시태그를 붙여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투고하면 일본우편 홈페이지에 소개해 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인기 투고에 대해서는 투고자에게 애견의 사진을 인화한 특제 우표를 보내준다. 행사 1개월 반 만에 기모노를 입은 반려견 사진 등 6천500건의 투고가 이뤄졌다.

이왕 사진을 남길 거면 프로 사진가에게 의뢰하려는 애견가도 늘고 있다.



어린이용 사진관 체인인 "스튜디오 알리스"는 고객의 요청으로 5년 전부터 애완동물 출장 촬영을 하고 있다. "스튜디오 멍멍 알리스"라는 이름으로 전국 각지의 애완동물 가게에서 프로 카메라맨이 촬영회를 개최하고 있다. 연하장용 애완동물 일본 전통의상 대여와 신년 축하용으로 문앞에 세우는 소나무장식(門松)을 배경으로 주인과 반려견을 같이 찍는 2장짜리 촬영상품도 있는데 12월 중순까지 촬영예약이 거의 찼다고 한다. 이밖에 도쿄 네리마(練馬)구에는 "이상한 나라의 멍멍사진관"이라는 이름의 개 전문 사진 스튜디오도 성업 중이라고 NHK는 전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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