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데 왜?…2000년 시드니올림픽 주경기장 재건축 논란
NSW주 "세계적 행사 유치에 필요"…온라인 청원에 반대 '밀물'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에 올림픽 주경기장을 포함해 2개의 주요 경기장을 재건축하는 문제를 놓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시드니를 관할하는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정부가 최근 두 경기장의 재건축을 위해 20억 호주달러(1조7천억 원)를 투자하기로 하자 이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운동에 사흘새 7만 명이 참가할 정도로 거부감도 심하다.
NSW 주 정부는 최근 12억5천만 호주달러(1조원)를 투입, 시드니 올림픽공원 내 주경기장을 부수고 새로 짓기로 했다.
이 경기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위해 그 전해에 개장한 만큼 신축한 지 채 20년이 안 됐으며, 현재 8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 경기장은 1만명이 감소한 수용능력의 사각형으로 바뀐다.
주 정부는 또 다른 지역에 있는 주요 경기장인 알리안츠 스타디움도 7억500만 호주달러(6천억원)를 들여 새로 짓기로 했다.
NSW주의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언 총리는 재건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계 최고의 스포츠클럽이나 음악인들이 NSW주를 먼저 찾아 행사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재건축 소식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럭비 선수 출신 저명 언론인인 피터 피츠사이먼스가 7만5천 명의 참여를 목표로 지난 주말 시작한 온라인 청원운동에는 사흘 만에 6만9천500명 가량이 참여했다.
피츠사이먼스는 청원을 시작하면서 "지금도 매우 멋진 경기장으로 손색이 없고, 이를 새로 건설해야 할 이유도 전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 공동체의 스포츠는 시설과 재원의 부족으로 사라져 가는데 세금이 스포츠나 대기업을 위한 시설물을 짓는 데 낭비되는 것에 신물이 난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엘리트 스포츠에 관여하는 소수보다는 "주 모든 지역에 각각 1천만 호주달러가 투입되는 100개 사업에 쓰이기를 바란다"며 강력히 재고를 촉구했다.
또 다른 온라인 청원운동에도 이미 1만명 이상이 반대의 뜻을 전하고 있다.
NSW주 야당인 노동당의 루크 폴리 대표도 이들 경기장보다는 차라리 학교와 병원에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움직임이 예상외로 거세자 NSW 주정부는 반박에 나섰다.
NSW주의 스튜어트 아이레스 체육장관은 4일 방송에 출연해 "이들 경기장은 매년 NSW주 경제에 10억 호주달러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며 "투자하지 않으면 각종 주요 행사나 이들에 관여한 사람들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이레스 장관은 또 시드니는 올림픽 후 건설이 중단된 동안 경쟁도시들인 멜버른과 퍼스 등은 대규모 투자를 했다며 시드니가 각종 행사 유치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병원과 학교 등에 투자하라는 요구와 관련해서는 "경기장 투자 규모는 보건과 교육부문 투자의 1%에 그친다"며 정부가 비용이나 반발 등을 이유로 장기적인 좋은 결정을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 인구 변화 추세라면 시드니는 2050년께 경쟁도시인 빅토리아주 멜버른에 최대 도시 지위를 넘겨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과도 NSW 주에 조바심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호주 최대 스포츠인 호주풋볼, 세계 3대 경마대회로 호주 최대 축제로 꼽히는 멜버른 컵, 자동차경주 포뮬러1 등이 모두 멜버른에서 열리고 있다.
코트라(KOTRA) 시드니지사의 임형수 팀장은 "NSW주 주도 시드니가 금융 및 관광도시라는 점을 제외하면 문화나 대형 스포츠행사 등에서 멜버른에 밀리는 실정"이라며 "시드니가 한때 호주오픈을 뺏어오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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