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서 선거부정 항의 대규모 시위…野후보 "재선거해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중미 온두라스에서 3일(현지시간) 대선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한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이날 수도 테구시갈파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전날에 이어 온두라스 국기와 야권 연합을 상징하는 붉은 색 현수막을 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선거부정에 항의하기 위해 냄비를 두드리고 경적 소리를 내며 행진했다.
온두라스 대선은 지난달 26일 치러졌지만, 이날까지도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95%를 집계한 결과, 여당인 국민당 후보로 나선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현 대통령이 42.9%를 득표했다. 좌파 자유재건당과 중도 우파 성향의 통일혁신당이 뭉친 독재반대 야당연합 후보인 살바도르 나스라야는 41.4%로 뒤를 이었다.
에르난데스 현 대통령과 나스라야 후보는 개표 초반부터 모두 자신의 승리를 주장해왔다.
개표 초반에 선두를 달리던 나스라야는 개표 막판에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역전하자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겠다고 선언하고 지지자들에게 거리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야권은 여당이 통제하는 의회가 선관위원들을 임명하는 데다 개표 초반 나스라야 후보가 우위를 보였지만 개표 후반으로 갈수록 표차가 줄더니 급기야 에르난데스 후보가 역전한 상황에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부정 의혹이 제기된 투표함을 재검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신속하게 결과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선관위는 전체 유효 투표용지의 6%가량을 재검표할 계획이지만 나스라야 후보는 재검표를 확대하거나 재선거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권 지지자들의 격렬한 시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수백 명이 경찰에 체포되고 항의 시위 현장에 있던 19세 여성 등 최소 3명이 사망했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열흘간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야간 통행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시위에 참가한 카를로스 에르난데스(24)는 "민족주의자들도 큰 선거부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재검표는 의미가 없으며 대통령은 선거에 패배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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