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늘어나는 낚싯배 사고, 근본대책 세울 때다
(서울=연합뉴스)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해 뒤집히면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인천해경에 따르면 3일 오전 6시 영흥도 진두항을 출발한 낚시 어선 선창 1호(9.77t)가 출항 9분 만에 진두항 남서방 1마일 해상에서 급유선 명진 15호(336t)와 부딪혀 전복됐다. 이 사고로 선장과 선원 2명, 낚시객 20명 등 승선원 22명 가운데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으며 7명은 구조됐다. 사고 당시 뒤집힌 선창 1호 안에 14명이 갇혀 있었고 나머지 8명은 바다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직후 선창 1호 승선원 중 1명이 112에 신고했고, 신고접수 30여 분 만인 6시 42분에 해경 영흥파출소 고속단정이 현장에 먼저 도착했다. 이어 현장에는 해경·해군함정과 항공기가 대규모로 투입돼 실종자 수색·구조작업을 펼쳤다. 이번 사고는 2015년 9월 제주 추자도 해역에서 발생한 돌고래호(9.77t) 전복 사고 이후 최악의 낚싯배 사고다. 당시에는 15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신고와 구조활동은 비교적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사고 즉시 112 신고가 이루어지고 헬기와 경비정 등 구조팀은 속속 현장에 도착해 구조활동을 펼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전 7시 1분께 사고 관련 첫 보고를 받고 "현장 해경 지휘관 지휘하에 마지막 한 명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구조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한 데 이어 9시 25분께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도착해 추가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후에도 해경·행정안전부·세종상황실 등을 화상으로 연결해 상세보고를 받고 의식불명 구조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의료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사고 해역의 빠른 물살과 겨울철 낮은 수온이 가장 큰 원인 듯하다. 경비정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표류자들이 이미 빠른 물살을 타고 멀리 떠내려가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 겨울철 낮은 수온 탓에 뒤집힌 배 안에 갇혀 있던 사람이나 표류하다 늦게 발견된 사람의 인명피해가 컸던 것 같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더 조사를 해봐야 나올 것 같다. 선창 1호는 낚싯배로 합법적인 허가를 받아 영업 중이었다. 이날도 정상적인 출항신고를 거치고 승선 정원(22명)도 넘기지 않았다. 자동항법장치와 GPS 등 첨단장비도 갖췄다고 한다. 사고 당시 구조된 승객들도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날씨 역시 바람이 초속 7∼8m로 불고 흐렸다고는 하지만 파고가 0.4∼0.5m로 출항을 통제할 정도로 높지는 않았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출항신고 등 운항 준비과정에는 특별한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다. 해경은 "두 선박이 영흥대교 교각 사이의 좁은 수로를 지나려다 충돌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엄정한 조사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신속하게 밝혀내길 바란다. 희생자 가족 대책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된다.
대형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낚싯배 사고가 잊을만하면 되풀이된다. 방향타 고장으로 뒤집혀 18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돌고래호 전복 사고는 아직도 국민 뇌리에 생생하다. 낚싯배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새벽에 일찍 출항해 오후 4∼5시에 귀항하는 '당일치기' 일정 탓이 크다고 한다. '명당'을 선점하고 바쁜 일정을 맞추려다 보니 과속하는 경우가 많다. 선창 1호가 해뜨기 1시간 30분 전에 진두항을 떠난 이유도 짐작할 만하다. 낚싯배는 선원을 1명만 태워도 되는 '어선'으로 분류돼 안전관리가 미흡할 수 있다. 선장 혼자서 배를 몰고 손님을 상대하느라 조타실을 비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기에 낚시꾼들의 무리한 요구가 더해지면 사고 위험은 커질 수 있다. 낚싯배 사고가 2013년 77건, 2014년 86건, 2015년 206건 등으로 급증하는 이유도 짚어봐야 할 것이다. 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너무 이른 출항시간을 제한하거나 낚싯배 승무 기준을 강화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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