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사상 최대 한미 공중훈련, 분명한 대북 메시지 주기를

입력 2017-12-03 19:24
[연합시론] 사상 최대 한미 공중훈련, 분명한 대북 메시지 주기를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 형을 시험 발사한 지 닷새 만에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 공중훈련이 시작된다.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로 명명된 이번 훈련에는 미 공군의 핵심 항공전력이 총동원된다. 스텔스 성능이 위협적인 F-22 '랩터'와 F-35A 전투기 각 6대,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6대, F-15C·F-16 각 10여 대가 바로 투입되고, F-35B 스텔스 전투기와 E-3 조기경보기도 일본의 미 공군기지에서 가세한다. 장거리전략폭격기인 B-1B '랜서' 편대는 괌에서 전개해 한반도 상공에서 폭격 연습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F-22 등 스텔스 성능이 뛰어난 미군 항공전력이 이 정도 규모로 훈련에 투입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방공망이 취약한 북한에 이번 훈련은 큰 압박이 될 것이 분명하다.

4일부터 8일까지 닷새 동안 주야로 계속될 이번 훈련에는 양국 공군기 230여 대가 동원된다고 한다. 일단 훈련 규모부터 압도적인데 내용도 못지않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유사시 북한군 장사정포 타격, 특수부대 해상침투 및 항공기 공중침투 차단 외에 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TEL) 등 핵·미사일 표적 정밀타격도 포함돼 있다. 미 본토 타격 능력이 유력해진 ICBM급 미사일에 대한 도발 억제력 점검과 위력 과시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레드 라인'에 근접했거나 이미 밟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미 동맹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담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북한은 이 훈련에 연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일에는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지금 트럼프 패는 조선반도에서 위험천만한 핵도박을 벌려놓으면서 핵전쟁을 구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3일에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나서 "가뜩이나 긴장한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핵전쟁 발발 국면에로 더욱 바싹 몰아가는 위험한 도발망동"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신문은 F-22 '랩터', F-35A, F-35B 등 훈련에 참가할 미군 스텔스 전투기를 열거하고 "스텔스 전투기 따위를 가지고 객기를 부리는 것은 가소롭기 그지없다"고 했다. 북한이 이번 훈련을, 특히 스텔스기들의 투입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발사한 '화성-15'형을 전력화된 ICBM으로 봐야 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ICBM'이라고 하고, 우리 정부는 'ICBM급'이라고 한다. 미국 CNN방송과 폭스뉴스는 2일(현지시간) 미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화성-15'형이 대기권 재진입 시 부서졌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북한이 아직 ICBM의 핵심인 재진입 기술을 완성하지 못했고, ICBM의 전력화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이날 한 포럼에서 "확실한 것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할 때마다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공이냐 실패냐보다 지난 수년간 북한이 실패로부터 배우고 개선해 나가고 있으며, 우리 모두를 향한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큰 발언이다. CNN 등 미국 언론의 보도대로 북한이 아직 ICBM을 완성하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주 가까이 다가간 것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 이 단계에서 북한이 갑자기 ICBM 개발을 중단하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도리어 북한은 '화성-15' 형 발사에 맞춰 '핵 무력 완성'을 주장했다. 국제사회가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한미 양국은 더 강한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포기하게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ICBM급 도발 닷새 만에 펼쳐지는 이번 훈련에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대 최대라는 이번 공중훈련이 한미 양국의 대북 공조와 핵 대응을 한 차원 더 높이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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