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피의자 석방' 법원 비판에 판사들도 '갑론을박'
"비판 아닌 감정적 발언 부적절" vs "존중돼야 하지만 절대적 영역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강애란 기자 = 서울중앙지법이 최근 영장심사를 통해 피의자 구속을 허용했다가 이후 이의를 제기한 3명에 대해 구속적부심사를 거쳐 석방 결정한 것을 비판한 현직 법관의 SNS 글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도 여러 견해가 나온다.
3일 법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김동진(48·사법연수원 25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의 최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전병헌 전 정무수석 측근에 대한 석방 결정 비판 글을 두고 일부 판사들은 '적절한 검토 없이 감정이 앞선 비판은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 부장판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3회에 걸친 구속적부심 석방 결정에 대해 동료 법관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납득하는 법관을 본 적이 없다. 법관 생활이 19년째인데 구속적부심에서 이런 식으로 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 법관의 권한 행사가 서울시 전체의 구속 실무를 손바닥 뒤집듯 바꿔 놓고 있는데 이걸 비판하는 게 왜 정치 행위라는 식으로 폄훼돼야 하는가"라며 석방 결정에 대한 일각의 비판이 정당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신광렬 수석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과 24일 구속적부심에서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을 석방했다.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지난달 30일에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측근인 조모씨를 석방했다. 검찰에 자진 출석해 자백까지 한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것은 위법적이라는 등의 취지였다.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된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에서 잇따라 석방되자 검찰이 반발했고 일반인 사이에서도 법원과 해당 재판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부 정치인도 여기에 합류했다.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고(故) 이일규 전 대법원장 10주기 추념식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 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의 이념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매우 걱정되는 행태"라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김 부장판사의 페이스북 글은 석방 결정을 내린 해당 재판부는 물론 재판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달라는 김 대법원장의 발언에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일부 판사들은 석방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없이 결과만 두고 비판에 나선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해당 재판부가 충분한 심리를 통해 내린 석방 결정을 다른 판사가 기록에 대한 적절한 검토도 없이 비판에 나선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를 넘은 비판에 대한 대법원장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되고 당연한 것"이라며 "김 부장판사의 글이 대법원장의 발언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면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법관에 대한 일각의 비판과 관련해 "구속을 곧 처벌로 인식하는 데서 벗어나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법관에 대한 도를 넘은 비난은 인권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역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법원의 구속 피의자 석방 결정도 다른 판결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비판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당한 비판까지 제약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의 판결이나 결정은 존중돼야 하지만 비판마저 원천 봉쇄해야 하는 절대적인 영역은 아니다"라며 "구속 피의자의 석방이 이전과는 다른 경향이 있다면 충분히 비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판을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봐 금기시하기보다 이를 적절히 수용해 더 객관적인 판결이나 결정을 내리는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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