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듯했는데…" 맥없이 끝난 2일밤 예산회동 막전막후
의총 후 더 강경해진 野…본회의 다가오자 "냉각기 갖자"
"1호 공약 못 물러서" vs "與, 양보안 내야"…다시 쳇바퀴
일각선 "협상 내용보다 전략적 고려 작용"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설승은 이슬기 기자 = 내년도 예산안 법정처리 기한인 2일 오후 7시20분께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마지막으로 진행한 협상은 예상보다 맥없이 결렬됐다.
전날인 1일 밤 협상에서 쟁점마다 나름대로 입장차를 좁혔던 여야가 이날도 온종일 마라톤협상을 이어가자, 일각에서는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번졌다.
실제로 여야 모두에서 "협상에 진전이 있다", "많이 좁혀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물밑에서는 구체적으로 서로가 양보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숫자 맞춰보기'를 하는 모습도 감지됐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과는 달리 원내대표들의 막판 담판은 불과 1시간 40분 만인 오후 9시께 소득 없이 종료되고 말았다.
한 참석자는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후까지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마지막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협상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공무원 증원 문제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문제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고 전했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협상을 잠시 중단하고 개최한 의원총회 이후 핵심 쟁점에 대한 태도가 더욱 강경해졌다고 민주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들고 의총에 들어가 추인받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합의가 덜된 상태에서 의견을 구하러 의총을 개최하면 당내 강경론에 휩쓸려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마지막 협상에서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등은 야당의 증원규모 축소 요구에 대해 "공공부문 일자리 1만2천명 창출은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면서, 1만500명 증원에서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공무원 증원은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그 이후의 미래 세대들에게도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여당이 양보안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예산안에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민주당 측에서는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첫 예산인데, 정부의 철학이 담긴 1호 공약 예산은 반영해줘야 한다.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야당에서는 여당이 과도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이번 예산으로 증원하는 공무원 1만2천명 가운데 소방공무원의 숫자는 54명밖에 없다. 대부분의 소방공무원은 지방직으로 채용되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여당이 마치 소방공무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예산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민주당 우 원내대표는 이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방관뿐 아니라 경찰, 근로감독관 등 국민 생활이나 안전에 직결된 인력을 꼼꼼히 채워 넣어 무너진 안전 시스템을 회복하겠다는 취지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문제에서도, 1일 밤까지 상당 부분 의견이 접근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마지막 담판에서는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1년 한시지원을 요구하는 야당에 맞서 여당은 근로장려세제(EITC) 등 보완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이를 예산안 부대의견에 담는 것으로 접점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핵심 쟁점을 두고 협상이 쳇바퀴만 도는 사이 본회의 개회 시간인 오후 9시가 다가왔고, 여야는 예산안 논의를 종료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평행선인데 오늘 더 만나기는 어렵지 않겠나. 냉각기를 갖고서 다음에 만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협상이 예상보다 빨리 끝난 것을 두고 '본회의 개의 시간을 늦추더라도 더 협상을 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 국회 관계자는 "공무원 증원 문제나 최저임금 문제 모두 여야가 더 논의하고 정치적 결단으로 조금씩 양보하면 충분히 합의점을 찾을 수 있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야당의 의총에서 확인된 '강경론'이 협상의 조기 종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생각보다 더 강경하게 주장하는 (당내) 의원들과 접촉도 있고, 여러 가지 과정이 남아있다"며 "4일에 다시 만나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구체적 협상 내용이 아닌 전략적 고려 때문에 법정 시한을 넘기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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