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금연' 당구장·스크린골프장…"손님 줄까 걱정"

입력 2017-12-03 15:48
'오늘부터 금연' 당구장·스크린골프장…"손님 줄까 걱정"

원래 금연업소도 있어…"깨끗해져 일이 수월할 듯" 환영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김예나 기자 = 당구장과 실내골프장 등 실내체육시설 금연 정책이 시행된 3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실내 스크린골프장에서는 흡연 부스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가로·세로 약 1.5m 크기의 '2∼3인용 흡연 부스'에 작업자 2명이 달라붙어 스프링클러와 연기 배출 정화장치를 점검하고 있었다.

부스는 문과 벽이 투명한 유리로 돼 있고 그 안에 간이의자와 재떨이가 비치되는 방식이었다.

업주 A씨는 "일찌감치 공사를 서둘렀지만, 시간이 걸려 아직 막바지 점검 중"이라며 "연습실 방에도 재떨이를 치운 대신 가로 1m, 세로 80㎝ 크기의 1인용 흡연 부스를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서인지 일부 방에는 재떨이가 남아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연습실 한 곳에서는 50대로 보이는 남자 손님이 나오자 담배 냄새가 풍기기도 했다. 그 방의 재떨이에는 담배꽁초 5∼6개비가 쌓여 있었다.

스크린골프장 곳곳과 각 방에는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업체와 보건복지부의 포스터가 각각 한 장씩 붙어 있었다. 포스터에는 흡연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고도 명시돼 있었다.

A씨는 "그간 스크린골프장에서 담배를 자유롭게 피워왔는데 이제 흡연 구역에서 피워야 하니 손님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이용자들은 금연구역이 된 줄 잘 모를 텐데 당국의 홍보가 부족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한 스크린골프장도 곳곳에 업체와 복지부의 포스터를 붙이고 연습장 테이블 재떨이를 모두 치우는 등 손님에게 금연구역임을 알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아직 흡연 부스는 설치하지 않았지만, 주문제작을 이미 맡겨둬 조만간 도착한다고 업주는 전했다.

업주는 "평소 손님의 70% 정도가 흡연하는데 영업에 지장을 줄까 우려된다"면서도 "비흡연자들은 오히려 좋아하기도 하고, 흡연자들도 한두 달만 지나면 다들 적응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한 당구장은 입구와 실내에 포스터만 붙였을 뿐 이전과 별다른 변화 없이 업소 문을 열었다.

당구대마다 있던 재떨이도 일부는 치웠지만, 아직 일부 당구대 앞에는 젖은 휴지를 깐 재떨이가 남아 있는 곳도 있었다. 흡연 부스도 아직 없었다.

업주 정모(66)씨는 "재떨이는 이제 모두 치우겠지만 3개월 계도 기간에는 친한 손님이 달라고 하면 줄 생각"이라며 "흡연 부스도 주문하려 했는데 부스 제조업체들이 평소 100만원 하던 것을 갑자기 150만원으로 올린 걸 보고 차라리 주문을 좀 천천히 하자고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나도 흡연자이지만 당구가 전국체전 종목인데 여태 당구장 금연이 안 됐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며 "담배 피우는 손님이 적어 영업에 지장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금연 시설로 운영해온 당구장도 있었다.

올해 4월 문을 열었다는 강남구의 다른 당구장은 영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업소 내 흡연을 금지했다.

금연 시설이 될 것을 예상했던 데다 업소 운영할 때도 담뱃불에 당구대가 상하거나 담뱃재로 더러워지는 일이 없고, 담배 냄새가 옷에 배지 않아 손님들도 환영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 당구장은 담배를 피우러 갈 때는 잠시 경기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기능을 만들고, 업소 내에 당구대 크기만 한 대형 흡연 부스도 설치했다.

이 업소에서 일하는 B씨는 "그간 일부 손님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면서도 "당구장이 깨끗해져서 전반적으로는 손님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구의 한 당구장에서는 40∼50대 남성으로 구성된 3개 팀이 당구를 치고 있었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없었다.

업소에는 복지부의 포스터는 부착하고 있지 않았지만, 곳곳에 '금연'이라고 쓴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카운터 옆 휴게실 탁자에만 재떨이를 비치해두고 담배를 피우려는 손님을 휴게실로 안내했다고 업주 권모(64)씨는 설명했다. 다만 이 휴게실에 연기를 배출하거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장치는 눈에 띄지 않았다.

권씨는 "당구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으레 당연히 여겨지는 상황에서 흡연이 금지되면 손님이 줄어들까 봐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언론에서 기사화를 해줘서 손님들이 먼저 알고 '담배 못 피우죠?'하고 묻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하고 위반 시 횟수에 따라 170만∼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이날부터 시행됐다.

다만 복지부는 내년 3월 2일까지 3개월을 계도 기간으로 운영해 현장에서 적발되더라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주의 조치를 하면서 정착을 유도할 계획이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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