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오바마 '트럼프 심기 건드릴라'…비공개 오찬
대통령 관저서 비공개 진행…엘리제궁, 사진·영상도 공개 안해
오바마, 파리시장·올랑드 전 대통령과도 회동해 기후변화 문제 논의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첫 대면을 했다.
오바마는 2일(현지시간) 정오 프랑스 대통령실인 파리 시내의 엘리제 궁에 도착해 마크롱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했다.
당초 마크롱과 오바마의 첫 만남이 오찬 또는 만찬으로 이뤄질지, 어디서 진행될지 등에 대해 추측이 많았지만,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 궁에서 언론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진행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이는 평소 자신의 전임자인 오바마와 대립각을 세워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엘리제 궁의 조치로 보인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
실제로 엘리제 궁은 마크롱과 오바마의 회동을 언론을 일절 배제한 체 비공개로 진행했고, 오찬이 끝난 뒤에도 현재까지 회동 장면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오찬 전후로 오바마와 만난 안 이달고 파리시장과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오바마와 함께 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곧바로 올린 것과 대조된다.
마크롱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오바마는 자신이 퇴임 후 설립한 재단의 역할과 앞으로의 구상을 설명하고 기후변화 문제와 미국과 유럽의 리더십 등에 관해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와 마크롱은 서로에게 여러 차례 호감을 표했지만 이날 오찬 전까지 한 번도 직접 대면한 적은 없다.
둘은 리버럴한 정치성향과 더불어 젊은 나이에 강대국의 정상 지위에 오른 점, 명문대에서 수학한 정치 엘리트 이력 등 인생경로와 세계관에 비슷한 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바마는 지난 4월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사흘 전 마크롱과 통화해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하며 "행운을 빈다"고 격려해 마크롱을 사실상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중국과 인도 방문 후 전날 저녁 파리 공항에 내린 오바마는 앞서 이날 오전에는 안 이달고 파리시장과 잠시 만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오찬 후에도 자신의 재임 시 프랑스 측 파트너였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과도 회동했다.
올랑드 전 대통령 측에 따르면 오바마와 올랑드는 기후변화 문제를 주로 논하고 특히 트럼프 미 행정부가 탈퇴를 선언한 파리기후협정의 중요성에 거듭 공감을 표했다고 르피가로가 전했다.
프랑스에서 2년에 한 번씩 통신기업 오랑주의 후원으로 열리는 국제회의인 '나폴레옹 서밋' 연설차 방불한 오바마는 이날 저녁 파리의 라디오 프랑스 강당에서 'Fear Less, Innovate More'(두려움을 덜고 혁신에 나서라)라는 제목으로 연설할 예정이다.
연설에는 끊임없는 혁신의 중요성과 정치적 포퓰리즘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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