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예산 법정시한내 처리 무산…4일 본회의(종합2보)

입력 2017-12-02 22:59
수정 2018-10-16 17:09
문재인 정부 첫 예산 법정시한내 처리 무산…4일 본회의(종합2보)

국회 선진화법 시행 후 처음으로 시한 넘겨…정의장, 조속처리 종용

공무원 증원·최저임금 지원예산 등 입장차 못 좁혀, 4일 처리 낙관 못해

여야 네 탓 공방…여당 "여소야대 절감" vs 야당 "공무원증원 고집때문"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이신영 서혜림 기자 =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기한인 2일 밤늦게까지 마라톤협상을 이어갔으나 공무원 증원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인 개정 국회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새해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기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무엇보다 여야 원내사령탑 모두 마지막까지 마라톤협상을 이어가며 쟁점 해소에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무위에 그친 데다 불발 이후 네 탓 공방만 이어갔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여론의 역풍을 피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이라는 한계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치밀한 전략을 구사하지 못한 여당과 원칙만을 앞세워 정작 실질적 합의에 소홀한 야당 모두 안일한 상황인식에 기반해 달라진 국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상투적인 '벼랑 끝 전술'로 일관해 협치 기반을 허물어뜨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일단 오는 4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 처리를 시도하기로 했지만,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현재로서는 4일 처리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여야가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오는 9일 끝나는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힘든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연말까지 장기 표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츨범 이후 첫 예산안이 제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함에 따라 여권의 집권 초반 개혁 드라이브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는 예산 처리 시한인 이날 오전부터 일찌감치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차원의 협상을 열어 막판 담판을 통한 예산안 일괄 타결을 시도했지만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주요 쟁점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1만2천명 규모의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속 지원 예산 문제를 놓고 여야가 결정적으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과 법인세 구간 신설을 골자로 한 법인세법 개정안을 놓고도 확연한 이견을 노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정 시한을 지키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 법정 시한을 지킬 수 없게 돼서 국민들에게 죄송한 생각"이라며 "공무원 증원뿐 아니고 최저임금 등에서 이견이 완전히 조율이 안 됐다"고 협상 무산 이유를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도 "이견만 확인했고 달라진 게 없다. 공무원 증원 숫자를 놓고 합의가 어렵고 최저임금도 문제가 있어 도저히 합의가 어렵다"며 "냉각기를 거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예산안의 기한 내 처리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최대 쟁점이었던 공무원 증원 예산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은 7천명, 국민의당은 9천명, 민주당은 1만500명을 제시했다"면서 "파행은 아니다. 우리도 여당 입장을 이해하지만, 하여튼 더 봐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의 예산안 합의는 불발됐지만, 국회는 이날 저녁 9시 예정대로 본회의를 열어 정부의 예산안 원안을 상정하고 일부 비쟁점 세입 부수법안을 처리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또 일요일인 3일에도 본회의를 소집하는 요구안을 처리함으로써 여야가 담판에 성공할 경우 3일에라도 곧바로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놓았다.

정 의장은 본회의 직후 여야 원내대표들을 소집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예산 처리를 거듭 당부했지만, 야당이 난색을 표해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법정 시한 내 예산 처리 불발을 놓고 여야는 네 탓 공방만 벌였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예산안의 법정 기한을 지키지 못한 첫 번째 사례가 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면서도 "여소야대의 국회를 절실하게 실감하면서 월요일(4일) 본회의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야당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반면 한국당 원내핵심 관계자는 "공무원 수 증가에 대해 주먹구구식 추계에 의한 강행은 잘못된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1만명이라는 숫자를 결국 포기하지 못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라며 여당의 합의 의지 부족을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도 "국민의당은 제3당으로서 대안을 내고 법정 시일 내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다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 증원을 밀어붙이기식으로 하려는 것 때문에 시한을 넘기게 됐다"고 비판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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